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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일기

★ 분꽃을 보면 낮동안 꼭꼭 여민 꽃잎을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열고서 진한 향기를 풍겨내는 꽃,퇴근길에 초등학교 담장을 따라 피어있는 분꽃을 보면 사춘기 시절 엄마에게서 풍기는 분냄새가 싫어서 괜시리 투정부리던 기억이 떠오른다. 언제나 바빴던 엄마는 교회에 가는 일요일에만 곱게 화장을 했었다.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교회를 다녔던 난 엄마에게서 풍겨오는 분냄새가 내게 주어진 일요일의 자유를앗아가는 적이라도 되는양 그렇게 싫어했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엄마는 지금의 내 나이보다 젊은 한창때였다.직장에 다니던 엄마는 일요일이 되면 밀린 집안일과 신앙생활 하느라 평일보다 더 바빴던것 같다.그런 엄마에게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화장은 지치고 피곤한 삶에 활력을 주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느날엔가 밤늦게 학..

그림일기 2008.07.03

살구이야기

어버이날을 맞아 친정 부모님을 뵙고 왔다.마침 앞마당에 심어놓은 화초에 물을 주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대문을 밀고 들어서는 딸을 반갑게 맞아주신다.부엌에서 저녁준비를 하고 계시던 엄마는 아버지의 큰 목소리로 딸을 반기는 소리를 들었던지 내가 미처 현관에 오르기도 전에 달려 나오신다.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는 친정이건만 난 참 어지간히도 친정엘 안가는 참으로 까칠한 딸이다. 밥 다 되었으니 방에 앉아 조금만 기다리라는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뒤꼍으로 나가본다.앞마당이 아닌 뒤꼍에 매어둔 두 마리 개는 제 주인과 한핏줄임을 어찌 알고 짖지도 않는다.텃밭에는 갖가지 채소가 심어져 있고 새로이 씨를 뿌리려고 밭고랑을 내놓기도 해서 어느 한 곳 빈 틈이 없다.담장옆에 일렬로 도열한 호두나무, 자두나무, 복숭아나무,..

그림일기 2008.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