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리 가는길 햇살이 눈부신 일요일 오후, 바람소리님을 통해 알게된 왕궁리 가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토끼재 너머에 멋진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곳에서 보이는 왕궁탑이 참으로 멋지다고 했다. 바람끝은 차가웠지만 빈들에,보리밭에,아직 미처 수확하지 못한 배추밭에, 그리고 내 머리위.. 산과들 2008.12.14
모악산 금산사 오늘같은날, 놀토 전야에 하얀눈 내려 수북이 쌓이고, 날이 밝으면 밤새 내린 눈 위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하늘은 그지없이 푸르른날에 금산사 미륵전을 만나러 가리라 벼른게 몇 해 이던가 새벽에 일어나 창을 여니 초등학교 운동장에 제법 많은 눈이 쌓여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총총한게 .. 산과들 2008.12.06
미륵사지 가는길에 전날의 무리한(ㅎ) 도보로 인해 무등산에 가려던 계획은 없었던 걸로 하기로 했다.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변경 내지는 취소가 가능하다는 것이 나홀로 산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주말이나 휴일이 따로 없는 남편 출근시켜야 하기에 여느때와 다름없이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새벽별이 총총한 .. 그림일기 2008.12.01
바람불어 좋은날 출토인 11월의 마지막 주말, 출근시간은 다가오는데 돌풍과 함께 비가 내린다. 감히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창가에서 돌풍이 멎기를 기다리느라 버스 한 대를 놓쳤다. 마치 태풍이라도 부는양 매섭게 몰아치던 돌풍은 이내 그치고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이 드러난다. 사무실 창너머로 보이는 .. 옛날부터 2008.11.29
Imagine/John Lennon 산행을 하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 가족 친지들과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거나, 햇볕 잘 드는 곳을 찾아다니며 종일토록 책을 읽거나, 두통과 씨름하느라 주말과 휴일내내 침대밖을 벗어나지 못했거나... 제아무리 꽉 차고 즐거운 주말과 휴일을 보냈다 하더라도 일요일 오후 해거름이 되면 어김없.. 풍경이 있는 음악 2008.11.24
첫눈 아직 어두운 새벽 하늘엔 하현달이 떠 있고 늦가을에 서설이 내린 대지 위로 동이 터 온다 꽃처럼 고운 낙엽 위에도 첫눈이 내렸다 "아이고, 자고 일어났더니 내눈이 멀었나봐, 앞이 안보여~~~" "휴, 다행이야~ 난 다 보여요~~~" 낙엽 한 켜, 하얀눈 한 켜, 아, 따끈한 호박떡 먹고 싶다 텅 빈 벤치에 하얀 .. 풍경이 있는 음악 2008.11.19
달맞이 내 어린날의 삽화 중에는, 정월 대보름날 밤에 한 해의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펼친 놀이마당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신명나게 장구를 치던 키가 껑중한 엄마의 모습이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세월이 흘러 그시절의 내 엄마보다 더 나이가 들어버린 나는, 지금도 보름달이 뜨면 귓가에 풍물소리가 들리는 듯해 달맞이를 나선다. 높은 산에 올라 일출을 맞는 것과는 달리 달맞이는 그저 달이 보이는 곳이면 어디라도 좋다.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땅거미가 내려앉기도 전에 둥근달이 솟는다. 내가 사는 아파트 뒷마당이나 다름 없는 궁동초 운동장에서 달맞이를 한다. 귓가에서는 풍물패 소리가 쟁쟁거리고 마음은 꽉찬 보름달처럼 넉넉해진다. 텅 빈 운동장에 서서 잠시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그림일기 2008.11.14
사랑이면 한 일본 기자가 질문했다.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입니까?" 늘 받던 질문이어서 나는 평소대로 대답했다. "조르지 아마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윌리엄 블레이크, 헨리 밀러입니다." 통역자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헨리 밀러요?" 그러나 그녀는 이내 질문을 던지는 건 자신의 본분이 아님을 깨닫고 통역을 계속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나는 그녀에게 내 대답에 왜 그렇게 놀랐느냐고 물었다. 혹시 헨리 밀러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작가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냐고. 어쨌든 그는 내게 거대한 세상을 열어준 사람이고, 그의 작품에는 현대문학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에너지와 생명력이 담겨있다. "헨리 밀러가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저도 무척 좋아하는 작가인걸요." 통역자가 대답했다. "그가 일본 여자와 결혼.. 책 그리고 영화 2008.11.12
계룡산 신원사의 가을 주말스럽지 않게 잔뜩 흐린 날씨다. 날씨를 핑계 삼아 장금이랑 원없이 놀아주리라 맘먹고 이틀째 뒹굴거리는데 느지막이 일어난 남편이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가까운 산 가운데 단풍이 좋은 곳으로 산행을 가자고 한다. 창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잔뜩 흐린 하늘이지만 먹구름 사이로 조금씩 파란 .. 산과들 2008.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