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계룡산 신원사의 가을

연이♥ 2008. 11. 10. 11:31

 

주말스럽지 않게 잔뜩 흐린 날씨다.

날씨를 핑계 삼아 장금이랑 원없이 놀아주리라 맘먹고 이틀째 뒹굴거리는데

느지막이 일어난 남편이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가까운 산 가운데 단풍이 좋은 곳으로 산행을 가자고 한다.

 

창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잔뜩 흐린 하늘이지만 먹구름 사이로 조금씩 파란 하늘이 드러나는게 보인다.

산이고파 몸살이 날때야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에도 길을 떠난다지만 요즘처럼 산엘 너무 자주가는 바람에

몸이 상할 지경인 바에야 흐린날의 산행은 그다지 내키지 않기에 자꾸만 날씨에 촉각이 곤두서는 것이다.

 

우선,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산을 꼽아보자.

대둔산,마이산,운장산은 이미 겨울산의 모습일테고,

계룡산,모악산,내장산,내변산,선운사는 지금 어느 산엘 가더라도 가을이 절정을 이루고 있으리라.

 

남편은 은근히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고창엘 가고 싶어 했지만 나는 마치 자석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계룡산 신원사의 가을이 너무도 만나고 싶어진다.

 

점심무렵이 다 되어서 도시락을 준비해 집을 나선다.

시내를 벗어나니 보이는 모든 풍경이 짙은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들판이나 마을에 한 그루씩 또는 서너 그루씩 모여 서서 곱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의 빛깔은

흐린날에 잠시 드러나는 파란 하늘처럼 눈과 마음을 환하게 해준다.

 

 

 

 

계룡산 남쪽 자락의 신원사 입구 마을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하다.

주차할곳을 찾아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밭가에 차를 세우고 내려보니 계룡산은 지금,

그야말로 가을의 절정이었다. 

 

 

 

 

 

 

 

 

사천왕문을 지나 대웅전 가는길,

극락에 이르는 길이 이토록 아름다울까...

 

 

 

 

 

 

 

 

중악단(보물제1293호)

조선시대 국가차원의 산신제를 지내던 제단으로 

삼악(묘향산,계룡산,지리산) 가운데 계룡산을 중악이라 불렀다.

 

본래 태조 이성계가 세웠지만 미신타파의 일환으로

효종때 폐지 되었다가 명성황후가 재건한 중악단은

조선후기의 빼어난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 2007년 1월에 촬영한 사진 

 

 

               

              중악단 담장 무늬

 

 

 

 

 

당연한 얘기지만 사진으론 시야에 잡히는만큼 다 담아내지를 못한다.

신원사의 찬란한 가을빛을 한 장에 담고 싶은 욕심에 중악단 한켠에 있는 잡초 우거진 마당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다 급기야는 중악단 뒷쪽 소나무숲에 올랐더니 드디어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 나온다.

 

이런 내 사진을 두고 스케일이 커서 눈 맛이 시원하다고 칭찬해주는 이도 있으니 용기백배할 일이다!

 

  

 

 

신원사를 나와 산행을 시작한다.

신원사에서 연천봉(해발 740m) 오르는 길은 등산객이 많지 않고 등산로도 험하지 않아서

계룡산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는 남편에게는(오래전에 마누라한테 속아서 다리 후들거리는 산행을 한적이 있다)

맞춤형 등산코스다.

 

 

 눈비가 내릴때면 마애불의 우산이 되어주는 고왕암 소나무

 

 

 

 

남편에게 신원사 ㅡ> 연천봉 코스가 계룡산에서 가장 짧고 쉬운 코스라고 했더니 줄곧 나보다 앞서서 쉬지 않고 잘 올라간다.

하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장에서 공을 몇 시간씩 칠만큼  매일매일 지극정성으로 운동을 해줬으니 계룡산 쯤이야 식은죽 먹기겠지.

 

 

 

 

 

 

 

 

연천봉에 올라 웅장한 가을 계룡산의 모습을 굽어보며 '이야, 좋다'를 연발하는 남편,

"좋지요? 바로 이 맛에 힘들어도 산을 오르는 것 아니겠는지요~"

 

 

              

 

 

 

 

 

예상과 달리 산행시간이 꽤 걸렸나보다.

산을 내려오니 신원사 절집 마당엔 어느새 빛이 거두어지고 땅거미가 내려 앉고 있다.

꾸벅꾸벅 졸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생각이 스친다.

올가을엔 이대로 가을을 보내도 섭섭하지 않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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