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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일기

넷플릭스에서 최근에 보았던 영화중에 무척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가 있었는데 다시 한 번 보고싶어서 찾아보려고 했더니 제목이 생각나질 않는다. 혹시나 하고 나의 짧게쓰는 일기장을 뒤져보니 역시나, 거기에 있었다. 내가 주말이면 꼭 챙겨보는 TV프로중에 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몇 달 전에 90세 할머니가 평생 동안 한줄짜리 일기를 쓰고 계신걸 방송한적이 있다. 할머니의 짧은 한줄 일기에는 주로 그날 어떤 반찬을 해먹었는지를 기록했는데, 방송을 보면서 아, 일기를 저렇게 써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그날부터 짧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비록 짧은 일기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는 한 개인의 기록속에 담긴 에피소드들이 기억이 되고 요리책도 되고 역사가 되겠지?

그림일기 2022.02.10

봄날

벚꽃이 피는 계절의 점심시간이면 골목길이 빨간 체크무늬 교복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의 웃음소리로 생기가 넘쳐난다 보리와 함께 맞이하는 세 번째 봄이다 공원 주변 재개발로 인해 원주민들이 하나둘씩 이사를 했고, 잡풀우거진 곳에 연분홍 꽃을 피우던 커다란 매화나무도 어디론가 이사를 가고, 빈집 화장실 옆에 둥지를 틀었던 보리도 지난해 늦은 가을에 대문밖 처마밑으로 이사를 했지만, 보리와 함께 걷는 봄날의 풍경은 여전히 눈이부시게 아름답다 물 한 그릇 어떤 고운 임이 떠다 놓았을까 목을 축일 물 한 그릇 공원 폐가 잠긴 문밖에 마련된 개집 들판에서 데려온 유기견을 위한 마음 고운 임 얼굴 흔들리다 잔잔해지면 가끔씩 거울을 들여다보는 보리라는 이름을 얻은 개의 눈길 벚꽂잎도 날아와 수를 놓고 밤이면 달님도 찾아오는..

보리이야기 202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