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모악산 금산사

연이♥ 2008. 12. 6. 20:15

 

오늘같은날,

놀토 전야에 하얀눈 내려 수북이 쌓이고,

날이 밝으면 밤새 내린 눈 위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하늘은 그지없이 푸르른날에

금산사 미륵전을 만나러 가리라 벼른게 몇 해 이던가

 

새벽에 일어나 창을 여니 초등학교 운동장에 제법 많은 눈이 쌓여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총총한게 더할나위 없이 맑은 하루를 예고하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들뜬 마음에 일찌감치 역에 도착해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여유를 부려본다

어제 종일토록 내린 눈은 철로위에도 기차위에도 사뿐히 내려앉아 겨울의 낭만을 연출해 놓았다

 

김제역에서 내려 금산사 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행여 내가 금산사에 도착하기도 전에

눈이 다 녹아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되다보니 차창밖으로 멀리 보이는 모악산에서 눈을 뗄수가 없다

 

내가 괜한 걱정을 사서 하는 이유는 김제역에서 내릴때만 해도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많았던 눈이

모악산과 가까워지면서 부터는 점점 들판이나 지붕에 쌓인 눈의 양이 줄어들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금산사 매표소에서부터 일주문까지 걸어오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나홀로 눈밭을 나폴나폴(ㅎ) 뛰어다녔다

 

 

 일주문을 지나고서도 한참을 더 걷다가 해탈교를 건너면,

 

 

대개의 절집은 일주문 다음에 천왕문이 나오지만 금산사는 금강문이 하나 더 있다(캬~ 글씨좋고~)

 

 

 금강문을 지나면 곧바로 천왕문이 나온다

 

 

 천왕문을 지나면 금산사의 명물인 느티나무 고목이 있고 그 옆으로 미륵사지 당간지주처럼 늘씬한 당간지주(보물제28호)가 세워져 있다

 

 

 

그리고 보제루를 지나 계단을 올라서면 드디어 오른쪽으로 모악산 정상을 배경으로 떡 비티고 서 있는 미륵전(국보제62호)이 보인다

금산사에는 생각보다 눈이 적게 내려 마당을 한꺼풀 겨우 덮었을 뿐이지만 그래도 미륵전 기와지붕에 하얗게 덮인 눈을 보니 막혔던

코가 다 뻥 뚫리는 기분이다

 

미륵전 편액에 새로 페인트 칠을 한 모양이다

3층 '미륵전' 편액의 그 커다랗고 힘이 넘치는 글씨가 어찌나 하얗던지 하얀눈 내린 주변 풍경마저도 압도하고 있었다 

2층에 걸려 있는 '용화지회' 편액은 살짝 번져 있었다(우째 이런일이)

 

 

                                             미륵전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2006년에 몰래 촬영한 사진(당시 우측 협시보살은 수리중)

 

 

금산사 미륵전은 3층 전각이지만 안에서보면 통층구조로 되어 있다.

미륵전 내부에는 미륵삼존불이 모셔져 있는데 가운데 미륵본존불은 엄청나게 크시다.

 

금산사에는 유명한 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하나는 당간지주 옆에 있는 느티나무 고목이고,

또 하나는 바로 대적광전과 미륵전 마당에 있는 감나무이다

 

헌데 그 감나무가 수명을 다해 이제는 하얀눈모자를 쓴 빨간 감 너머로 보이는 미륵전을 감상할수가 없다

죽은 감나무 대신에 어린 감나무를 심은 듯, 못보던 어린 나무 한 그루가 그 자리에 심어져 있었다

 

 

산사나무 빨간 열매 너머로 보이는 미륵전 처마가 웅장하면서도 하늘을 날 듯 경쾌하다

 

 

옆모습도 멋지고,

 

 

 

앞모습은 영락없이 청룡언월도를 짚고 서서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관우의 모습이다

눈내리고 하늘 파란날에 미륵전을 만나봤으니 이제 소원 하나 풀긴 풀었는데 어째 성에 차질 않는다

그다지 맘에 드는 사진도 없고 익산에 비해 금산사에는 눈이 너무 적게 내렸다

 

 

 

보제루 지나 계단을 올라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대적광전은 1986년에 방화로 인해 소실된 것을 1994년에 복원하였다

대적광전 정면에는 석련대(보물제23호)가 있고, 우측에는 육각다층탑(보물제27호)이, 좌측에는 그 용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노주(보물제22호)가 있다

 

 

 

 

 

 

 대적광전과 대장전, 나한전의 꽃문살

 

 

 미륵전과는 넓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대장전(보물제827호)과 석등(보물제828호)

 

 

미륵전 옆으로는 3층 건물인 미륵전보다 더 높은 곳에 5층석탑(보물제25호)이 세워져 있다

  

 

 

금산사는 보물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보물급 문화재가 산재한 호남의 명찰이다

미륵전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매료되어 금산사를 찾게 되면 늘 그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보니

다른 곳은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곧바로 등산을 시작한다

 

지난 봄 온 산에 연달래 피어 수줍은 연분홍빛 치마를 입고 있던 모악산은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어 이제는 온 산이 깔끔한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여백의 미를 뽐내는 겨울산은 사계절중 단연 청량감을 안겨주기로는 으뜸이다

오늘 목감기며 코감기 모두 모악산에 내려 놓고 갈테니 모악산 산신령님, 받아 주실거죠?

 

 

 

 

늘푸른 소나무 위에 수북이 쌓인 하얀눈을 바라보노라니 

좀처럼 식욕이 떨어지는 법이 없는 난 주책맞게스리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이 먹고 싶어진다

초록의 소나무 위로 쌓인 눈은 내게 쌀가루 한 켜, 팥 한 켜, 쑥 한 켜를 올려 놓고 쪄낸 쑥떡처럼 보인다

산에 오르기전에 미리 준비해간 도시락부터 까먹었는데도 이 무슨 주책맞은 생각인지 원!

   

 

 

드디어 모악산 정상이다

역시 눈내린 산 정상은 실망을 안겨주는 법이 없다

파란 하늘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설화가 예쁘게 피어있다

 

 

 흠... 이건 설화라고 해야할지 상고대라 해야할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내가 올라온 모악 능선

 

 

 

 

이곳은 전주 시민들이 주로 많이 오르는 코스인 구이방면이다

구이저수지 너머로 끝없이 이어지는 산줄기는 아마도 임실과 진안쯤 되겠다 

   

 

 

정상에서부터 카메라가 자꾸 말썽이더니 구이 방면으로 하산하는길에 대원사 기와지붕에 쌓인 눈사진을 찍는걸 끝으로 카메라가 맛이 갔다

전주 방면으로 하산길을 택한데는 가는길에 눈내린 전동성당의 모습을 한 번 담아보고 싶은 욕심이 발동해서 였는데 아쉽게 돼버렸다

 

버트, 전주로 가는 시내버스를 20분이나 기다려 버스에 타자마자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떠보니 전주 시내에는 눈내린 흔적조차 찾아볼수가 없다

그러니까 전주에는 어젯밤 눈발만 흩날리다 말았던 모양이다

 

아쉬웠던 마음이 풀려 또 다시 꾸벅꾸벅 졸다가 터미널을 지나치는 바람에 오늘도 전주시내를 꽤 걸어야 했다

눈오는날의 산행은 어쨌거나 발에 힘이 들어가다보니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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