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무등산에 부는 바람

연이♥ 2009. 1. 2. 11:59

 

2008년 12월 31일 밤 11시,

몸상태가 엉망이어서 한해 마지막날에 안팎으로 깔끔한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더욱이 계룡산 자락에서 도닦느라 우연이는 부재중인데다 남편은 새해 첫 날에도 출근을 해야하다보니 해마다 빠트리지 않았던

해맞이 계획도 세우지 못한터라 그저 새해 첫 날은 하루 푹 쉬어줄 요량으로 제야의 종소리도 듣지 않은채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2009년 1월 1일 새벽 6시,

전날 오후부터 계속 잠만 자서 그런지 생각보다 몸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간밤에 눈이 내리는걸 보고 잠이 들었는데 행여 밤새 소복이 쌓였을까 싶어 창을 열어보니 

바람도 새해를 맞느라 밤을 꼬박 세웠던지 마치 비질이라도 한 듯 살짝 쌓인 눈마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어디 눈내린곳 없을까 싶어 티비를 켜고 뉴스를 보니 어젯밤 호남 서해안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한다.

그리고 나를 위해 준비한 뉴스인양 아직 날이 밝지 않은 광주에서 눈소식을 전하는 기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하여 나는 새해 첫날,

계획에는 없었지만 무등산에 부는 바람을 맞으러 서둘러 길을 나선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한 시간만에 도착한 새인봉

 

 

 새인봉에서 바라보는 무등산 중봉(중봉 너머 정상은 일기가 나빠 보이지 않는다)

 

 

무등산의 일기와는 달리 빛고을에는 따스한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부지런한 시민들은 어느새 산행을 마치고 하산을 한다

 

 

 

눈길 산행인데다 컨디션이 썩 좋지 못한 상태이다보니 중머리재까지 오르는데 두 시간이나 걸렸다.

중머리재 고갯길에 올라선 많은 등산객들이 눈앞에 펼쳐진 비경에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린다.

 

"뽀드득뽀드득, 오매 좋은거~"

"내말대로 오기 잘했지?  그러니깨 내말 들으믄 손해 안본당게"

"와, 너무 좋다! 카메라를 챙겨왔어야는데 이거 아까워서 어떡해?"

 

 

중머리재에서 장불재 가는길에 핀 상고대,

마치 영화 '나니아연대기'의 한 장면속으로 들어온 듯 신비스럽다.  

새해 첫날에 내려준 고마운 눈을 보려고 몰려든 산행인파가 상상을 초월할만큼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곳 장불재 오르는길에 피어있는 상고대 앞에서는 모두들 숨을 죽이고 있음인지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아, 장불재의 바람바람바람~

 

 

말의 잔등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백마능선,

무등산에 담뿍 내린 눈은 제대로 백마를 만들어 놓았다.

 

 

 

주상절리대(입석대)

  

 

 

정상을 향해 끝없이 이어지는 발걸음발걸음...

 

 

드디어 정상이다.

비록 세찬 바람만큼이나 바삐 움직이는 구름이 잠시도 파란하늘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새해 첫날, 무등산에 부는 바람을 향해 새해 소망을 풀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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