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봄, 마이산

연이♥ 2009. 4. 19. 13:17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산행을 나선다.

전날밤, 과식을 했던 탓에 체증이 있어 컨디션이 엉망이었지만 남편에게는 내색하지 않고 그냥 길을 떠난다.

날씨는 정말 어떤이의 표현처럼 미치도록 화창한 봄날이었지만 몸상태가 엉망이다보니 길떠나는 즐거움이 도통 따라붙지를 않는다.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날때면 차가 들썩거릴 정도로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참고 들어야 한다.

내겐 커다란 음악소리가 소음이지만 운전을 하는 남편에겐 신바람이기에 내가 그냥 참아줘야 한다. 

난 왜 차를 타고 가면서 음악을 크게 들으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지 모르겠다. 

마치 금방이라도 사고가 날 것같은 불안감에 머릿속이 뱅글뱅글 돌기까지 한다.

그래서 난 운전할때 음악을 듣지 않는다.

 

올봄에는 제대로된 꽃놀이도 못해본터라 도심에 비해 조금 늦게 피는 마이산 벚꽃을 보기위해 나선 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지금쯤이면 익산-장수간 고속도로를 따라 구비구비 펼쳐진 산자락에 산벚꽃 피어난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나고 싶어 나선 길이다.

정말 그랬다.  엉망인 컨디션과 커다란 음악소리에 멍해진 머릿속을 주체할길 없어 그저 말없이 차창밖을 바라보는데 몇 군데의 터널을 지나

진안인근에 이르렀을때 정말로 봄산은 산벚꽃 일제히 피어나 펼쳐도펼쳐도 끝이 없을만큼 더없이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놓고 있었다.

 

  

 

 

 

 양지바른 등산로 초입엔 양지꽃이 햇살만큼이나 눈부시게 피어있다

 

 

 

자주괴불주머니는 주로 물가에 피지만 봄가뭄이 심해 계곡엔 물이 말라버린지 오래다.

 

 

 

전망대에 올라 마이산을 측면에서 바라보니 말의 귀 형상이 아닌 커다란 배모양으로 보인다.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봄 마이산의 모습이 너무 좋았는데 휴게소를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우뚝 솟은 두 봉우리 아래로 군데군데 산벚꽃 피어 참 예쁜 그림을 그려놓고 있었는데 많이 아쉽다.

 

  

 

 

 

금붓꽃

 

산행중에 만나는 야생화, 큰 기쁨이다

 

 

 

산을 오를땐 몸이 무거워 자꾸만 뒤쳐지는 바람에 남편으로부터 수차례 전화가 걸려오고,

하산길엔 낙엽사이로 삐죽이 고개 내민 풀꽃들과 눈맞추느라 뒤쳐져 또 몇차례 전화가 걸려와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훅 끼쳐온다.  풀꽃 보느라 땅만 바라보던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니 조팝나무꽃 무리가 너무도 화사하게 피어있다.

 

 

 

조팝나무꽃,

향기도 좋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참 예쁘기까지 하다.

 

  

 

 

 

부처님오신날이 머지 않았기에 마이산 탑사엔 오색 연등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탑사가는길에 핀 벚꽃은 마지막 꽃잎을 떨구느라 가느다란 한 줄기 바람에도 하얀 꽃잎을 비처럼 후두둑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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