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왕궁리 가는길

연이♥ 2008. 12. 14. 22:11

 

 

 

 

 

 

햇살이 눈부신 일요일 오후,

바람소리님을 통해 알게된 왕궁리 가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토끼재 너머에 멋진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곳에서 보이는 왕궁탑이 참으로 멋지다고 했다.

 

바람끝은 차가웠지만 빈들에,보리밭에,아직 미처 수확하지 못한 배추밭에, 그리고 내 머리위에 가득 내리쬐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바람소리님이 말한 소나무가 어떻게 생겼을지, 그곳에서 바라보는 왕궁탑은 또 얼마나 멋질까를 생각하며 길을 걷는다.

 

 

 

 고개를 하나 넘으니 마치 이정표처럼 바람소리님이 얘기한대로 독야청청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소나무 저 너머엔 주변의 모든 사물을(심지어는 높은 산조차도) 압도한채 우뚝 그야말로 우뚝 서 있는 왕궁탑이 보인다.

 

비록 구봉산 붉은소나무와 지리산 천년송을 가슴에 품고 사는 내게 가느다란 몸매에 헝클어진 머리의 소나무가

멋져 보이진 않았지만(바람소리님께는 죄송) 소나무 너머로 보이는 왕궁탑은 내 가슴을 충분히 콩닥거리게 만들었다.

 

 

 

이제부터는 왕궁탑만 바라보면서 가면 된다.

바람부는 갈대 숲을 지나고,

 

 

 

푹신한 논바닥을 지나서,

 

 

 

덤불로 뒤덮인 논두렁을 따라 가다보니,

 

 

 

드디어 왕궁리에 입성~

 

 

 

 왕궁리의 하늘

 

  

 

 

 

왕궁리의 흙

 

 

 

 

 

 

왕궁리의 돌과 기와조각

 

 

 

다음엔 꼭 저곳 S라인의 길위에 서서 왕궁리에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리라

 

 

  

 

 

 

해가 질때까지 탑돌이를 한다.

이제 고3이 되는 우연이가 요즘 머릿속이 많이 복잡한 모양이다.

기말고사 시험기간 인데도 좀처럼 집중이 안된다며 하소연을 한다.

어차피 공부는 우연이가 하는거지만 그래도 이제는 엄마의 기도가 절실할때다.

 

너무 오랜시간 왕궁리 너른 뜰에서 바람을 맞았더니

발도 시렵고 체온이 떨어져 한기가 드는데다 설상가상으로 배까지 고프다.

 

왕궁리에 해가 지면 오늘은 달맞이까지 하고 가리라 벼르고 왔는데

동짇달 보름이 지난지 불과 이틀밖에 안됐는데 좀처럼 달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행여라도 너무 늦게 떠서 미안하다며 방긋 웃는 달님이 보일새라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지만

어둠만이 짙어갈뿐 여전히 달님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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