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신성리 갈대밭

연이♥ 2008. 10. 18. 19:21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로 유명한 신성리 갈대밭에 다녀왔습니다.

갈대밭 갈거냐는 전화 한 통에 하던일 제쳐두고 전주에서 한 걸음에 달려온 친구와 함께

오랜만에 맘껏 수다를 떨면서 따사로운 가을 햇살속을 거닐었습니다.

 

 

 

  

금강錦江...

이 강은 지도를 펴놓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 보느라면,

물줄기가 중동께서 남북으로 납작하니 째져 가지고는

그것이 아주 재미있게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번 비행기라도 타고 강줄기를 따라가면서 내려다보면 또한 그럼직할 것이다.

 

저 준엄한 소백산맥이 제주도를 건너보고 뜀을 뛸듯이,

전라도의 뒷덜미를 급하게 달리다가 우뚝...또 한 번 우뚝...

높이 솟구친 갈재와 지리산 두 산의 산협 물을 받아 가지고

장수로 진안으로 무주로 이렇게 역류하는게 금강의 남쪽 줄기다.

그놈이 영동 근처에서는 다시 추풍령과 속리산의 물까지 받으면서

서북으로 좌향을 돌려 충청 좌우도의 접경을 흘러간다.

 ... ... ... (중략)

 

백마강은 공주 곰나루에서부터 시작하여 백제 흥망의 꿈 자취를 더듬어 흐른다.

풍월도 좋거니와 물도 맑다.  그러나 그것도 부여 전후가 한참이지 강경에 다다르면

장꾼들의 흥정하는 소리와 생선 비린내에 고요하던 수면의 꿈은 깨진다.  물은 탁하다.

 

예부터가 옳게 금강이다.

향은 서서남으로 빗밋이 충청 전라 양도의 접경을 골타고 흐른다.

 

이로부터 물은 조수까지 섭쓸려 더욱 흐리나 그득하니 벅차고,

강 넓이가 훨씬 퍼진게 제법 양양하다.  이름난 강경벌은 이 물로해서

아무때고 갈증을 잊고 촉촉하다.  낙동강이니 한강이니 하는 다른 강들처럼

해마다 무서운 물난리를 휘몰아 때리지 않아서 좋다.  하기야 가끔 홍수가 나기도 하지만.

 

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 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채만식 『탁류』 가운데...

 

 

 

    

작가는 지리산에서 발원한 금강의 청류가 서해바다와 합류하는 지점인

군산에 다다를 즈음엔 이미 시커먼 탁류로 변해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후반 점점 심해지는 검열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풍자적인 소설을

많이 썼던 채만식은 일제가 호남의 곡창지대에서 생산하는 쌀을 수탈하기 위한 물류기지로 전락시킨 

당시 군산의 모습을 소설의 첫 머리에서 금강의 탁류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여름가뭄도 심했는데 가을가뭄까지 겹치다보니 금강의 물빛이 파란 하늘빛을 담아내지 못할만큼 탁하네요.

심한 가뭄때문에 밭작물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서 빨리 비가 내려주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강으로 이어지는 마을 하천에 길다랗게 심어놓은 벼는 강수량이 적어 하천이 범람하지 않아서인지

대풍을 이룬가운데 드디어 추수를 합니다.  이제 추수도 막바지에 접어 들었으니 어서 하루빨리 빗님께서

이땅에 사뿐히 내려와 주시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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