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쌍계사 불일폭포

연이♥ 2008. 7. 18. 22:03

 

쌍계사 벚꽃 터널에서 바라본 차밭 풍경 

 

우리가족의 '피서의 법칙' 가운데 하나,

'아무리 좋은 곳이라해도 한 곳에서 이틀 밤을 묵지 않는다'

피서를 떠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기꺼이 '노마드'가 되고자 함이다.  

 

우레와 같은 계곡의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청학동에서 꿀맛 같은 단잠을 자고(아홉시 뉴스를 보다 잠드는 바람에 지리산의 별도 달도 보지 못했다는)

다음날 아침을 해먹고 곧장 짐을 꾸려 쌍계사 계곡으로 찾아 들었다.  지난해 여름에는 산청에 있는 동쪽 지리산 자락을 고루고루 돌아 다녔다면

이번엔 하동에 있는 동남쪽 지리산 자락을 접수하기로 한 것!

 

 

 

쌍계사를 지나 칠불사 계곡까지 올라갔지만 삼박자(가격,주변 풍광, 시설)를 고루 갖춘 숙소를 구하지 못해

다시 칠불사 갈림길까지 되돌아 나와 모두가 '오케이' 한 '풍경속으로'가 둘째날의 숙소로 낙점이 되었다.

 

숙소를 정하자마자 나의 세 남자들은 또 다시 계곡으로 몰려가고,

집에서나 피서가서나 부엌데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난 점심 준비 하랴,

전날에 물놀이한 옷 빨아 널으랴 여전히 바쁘지만 그 와중에도 물놀이 대신 숙소 주변에 있는 꽃구경을 하면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점심을 먹고 불일폭포에 갈 것을 제안했더니 예상대로 두연이와 남편은 반기를 든다.

피서때마다 엄마 프로그램대로 따랐는데 올해는 마냥 물놀이나 하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준대나 어쩐대나!

 

할 수 없이 두 반항아는 남기로 하고 우연이하고 둘이서 폭포 산행을 나섰다.

쌍계사 경내에는 지금 수국과 치자꽃 향기가 진동하고 있다.

 

  

 

  

 

쌍계사를 지나 불일폭포 가는 길...

두 시간이 넘도록 물놀이를 한 뒤여서 몸이 무거웠던지 우연이가 엄마 혼자 가면 안되겠냐고 한다.

 

"엄마도 지금 몹시 덥고 몸도 무거워서 한 걸음 한 걸음 떼기가 무지 힘들거든? 

 우리 30분만 참고 걷자.  거짓말처럼 몸이 가뿐해 질거야."

 

30분 후에는 정말 거짓말처럼 몸이 가벼워진다.

몸이 가벼워지니 자연 기분도 덩달아 좋아질밖에.

 

산에 오를때면 처음 30분은 대체로 힘이 든다.

하물며 무더위에 온몸이 축축 늘어지는 여름산행은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거친 숨을 토해내면서 들이마시는 음이온이 금세 우리 몸을 정화시켜 주기에

30분 정도 지나면 몸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처음 30분은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나중 30분은 하늘이 트이질 않아 조금은 답답한 길을 걷다보면 하늘이 훤히 트이고

무인판매대에 돈을 놓고 시원한 음료수도 하나 마시면서 쉬어갈 수 있는 불일평원에 다다른다. 

 

 

불일평원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불일평원을 지나 고개를 넘으면 한 시간 동안의 지루한 산행에 보상이라도 하듯 시원스런 풍광이 펼쳐져 있다.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 흐르는 소리가 우레와 같이 들려오고 멀리 산 아래를 굽어볼 수도 있다.

 

폭포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과연 폭포에 물이 얼마나 내릴 것인지 궁금한 가운데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마른 장마여서 그다지 많은 물이 내리진 않을거라 생각 하면서도 이왕이면 시원스레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고싶은 욕심은 어쩌지 못하는 것이다.

 

  

 

드디어 폭포다!

생각보다 제법 많은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불일폭포!

다시봐도 참 길다.

멀리서보면 족히 100미터는 되어 보이지만 안내 표지판에 60미터라고 나와 있다.

 

 

 

예전에는 폭포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어서 그곳에서 폭포수를 뒤집어쓰곤 했었는데

지금은 전망대를 설치해서 폭포에 내려갈 수가 없다.

 

폭포 주변 바위틈에는 보랏빛 비비추며 산수국이 군데 군데 피어 있고,

폭포 왼편으로는 커다란 함박나무에 하얀 함박꽃이 활짝 피어 있다.

 

폭포전망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세월을 잊고 폭포에서 뿜어내는 음이온을 실컷 들이킨다.

사진으로는 불일폭포의 웅장함도 넘치는 기운도 도저히 담을수도 표현할수도 없어 많이 아쉽다.

그저 내 몸속에 머릿속에 가득 담아올 밖에는...

 

 

 

폭포옆에 있는 불일암은 보조국사 지눌이 수도를 한 곳이라 한다.

불일암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더할나위 없이 명당이다.

 

 

종을 엎어놓은 듯한 칠불사 부도

 

 

나의 세 남자들은 물놀이를 실컷 할 수 있었음에 대체로 만족한 피서였고,

나는 불일폭포 산행이나마 할 수 있었음에 그런대로 흡족했던 우리가족의 올 여름 피서는 이제 끝나 버렸지만

각자의 가슴속에 새겨진 피서지에서의 기억은 평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질지 모를 일이니 너무 아쉬워 하지는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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