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달맞이

연이♥ 2008. 11. 14. 10:29

 

 

 

 

 

 

 

 

 

 

 

 

 

 

 

 

 

내 어린날의 삽화 중에는,

정월 대보름날 밤에 한 해의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펼친 놀이마당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신명나게 장구를 치던 키가 껑중한 엄마의 모습이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세월이 흘러 그시절의 내 엄마보다 더 나이가 들어버린 나는,

지금도 보름달이 뜨면 귓가에 풍물소리가 들리는 듯해 달맞이를 나선다.

 

높은 산에 올라 일출을 맞는 것과는 달리 달맞이는 그저 달이 보이는 곳이면 어디라도 좋다.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땅거미가 내려앉기도 전에 둥근달이 솟는다.

내가 사는 아파트 뒷마당이나 다름 없는 궁동초 운동장에서 달맞이를 한다.

귓가에서는 풍물패 소리가 쟁쟁거리고 마음은 꽉찬 보름달처럼 넉넉해진다.

텅 빈 운동장에 서서 잠시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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