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매일 튀김니다

연이♥ 2008. 6. 18. 11:41

 

 

 

 

아침 출근길,

사무실 인근 네거리 신호대에 기대선채 비를 맞고 있는 입간판(?)에 시선이 꽂힌다.

 

'매일 튀김니다'

 

가끔씩 발견하게 되는 이 입간판의 문구를 보며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한다.

이곳 네거리 주변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신호 대기중에 저 입간판을 바라본다면

과연 '매일 튀김니다'가 뭘 의미하는지 알까?

 

이곳은 노점상 단속을 하는 공무원이 철수하는 오후 5시 30분부터 매일 아파트 담장 옆으로 난 인도에 노점이 늘어서는 곳이다.

맨 첫 번째가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로 시작해서 인삼,대추,잡곡 등을 파는 아주머니, 그 다음엔 입간판의 주인공인 차에서

튀밥을 튀기는 아저씨,  바로 옆에선 부부가 트럭을 대놓고 야채를 팔고, 조금 더 올라가면 역시 트럭과 인도에 과일을 벌여놓고 파는

청과상회(?), 또 다시 야채가게, 옷가게 등등...

 

이 가운데 튀밥 아저씨와 야채 부부는 단속을 하는 낮시간에도 단속이 미치지 않는 아파트 담장 코너를 돌아 판을 벌여놓고 장사를 한다.

종일토록 사무실에만 죽치고 있는 난 가끔 입이 심심할때면 튀밥 아저씨 트럭으로 쪼르르 달려가 한 봉지에 이천 원 하는 강냉이 튀밥을

사오곤 한다.

 

몇 해 동안 한결같은(ㅎ) 거래만 하다보니 이제는 내가 나타나면 으레 의자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일어나 묻지도 않고

튀밥 한 봉지를 건네고 나 또한 말대신 빙긋이 웃으면서 이천 원을 내밀면 거래 끝이다.

 

바로 그 튀밥아저씨가 가끔씩 전날밤 퇴근길에(ㅎ) 미처 챙겨가지 못한 입간판을

아침 출근길에 발견하는 나는 '매일 튀김니다'의 문구를 이렇게저렇게 바꾸어 보느라 나름 즐겁다.

 

'튀밥, 매일 튀겨요'

'튀밥, 매일 튀깁니다'

'튀밥, 날마다 튀겨요'

'튀밥, 바로 튀겨요'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매일 튀김니다'가 그중 젤 낫다는데 한 표!

그나저나 오늘부터 장맛비가 내리니 당분간 아저씨가 매일 튀기는 고소한 강냉이 튀밥 구경하긴 힘들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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