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살다보면

연이♥ 2008. 7. 27. 20:11

 

토요일밤,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독서토론 모임과 주말 과외를 받느라 밤늦게 들어온 우연이의 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홀로 받는 주말 저녁밥상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건만 밥상에 앉아서도 도통 기운이 없어 보인다.

 

- 밖에서 무슨일 있었어?

- 별일은 없었는데 그냥 기운이 없어요

- 그냥이 아닌거 같은데?

 - 정말 아무일 없었어요...

 

평소에 좀처럼 짜증을 모르는 형의 기분 상태가 영 아니란걸 감지한 두연,긴급 회의를 소집한다.

(남편은 저녁출근을 했고)

 

- 우리 '놈놈놈' 영화 보러 갈까요?

- 그럴래 우연?

- 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

 

두연이와 난 괜시리 우연이 눈치를 살피는 가운데 애궂은 티비 채널만 이리저리 돌리며절대 흩어져선 안될것처럼 거실에 모여 있다가 자정이 다 될 무렵에서야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 우연이, 엄마랑 소주 한 잔 할까?

-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네...

- '오 마이 갓!' ...

 

 

 

 

 

안주로 골뱅이 무침과 김치전을 준비하고 그렇게 모자의 술자리는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 왜 그렇게 기운이 없는데?

- 그냥...소심한 제 성격도 맘에 안들고...

 

일단 술도 들어갔겠다 평소 엄마 말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믿는 녀석인지라엄마의 '소심한 우연씨를 위한 특별 강좌' 는 밤이 깊어가는줄도 모르고 계속된다.술잔이 오가는 사이 우연이의 기분이 한결 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준비한 안주가 모두 떨어져 삶은 국수 남은거 마저 비벼먹는다는게 그만 살짝 취하다보니 케찹을 초장으로 알고 비볐더니만 오히려 매운거 잘 못먹는 우연이는 그게 더 좋다며 말끔히 먹어 치운다.

 

살다보면...엄마는 아들의 늘어진 어깨를 세워주기 위해서 늦은밤 같이 소주도 마셔주고 그래야 하나보다.덕분에 오늘의 우연이 기분은 '다시 쾌청' 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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