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연이♥ 2009. 11. 15. 19:51

 

 

 

 

 

 

 

 

아파트 뒷발코니에서 바라보면 저 멀리로 키 큰 은행나무 무리가 보인다.

은행나무에 노란 단풍이 든지 족히 일주일은 지난 것 같은데 처음에 비해 여백은 다소 생겼지만

그래도 여전히 멀리 보이는 노란 은행나무 단풍이 뒷발코니 창을 열때마다 나를 유혹한다.

 

하늘엔  흰구름 먹구름이 둥둥 떠다니고 창을 열면 기다렸다는듯이 찬바람이 잽싸게 집안으로 들이친다.

그래도 햇살이 좋으니 추운들 얼마나 추울까 싶어 장금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길을 나서본다.

생각보다 바람이 거셌지만 차가워진 날씨에 맞는 바람은 언제나 상쾌하기 그지없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서 아직 낙엽이 되지 못한 은행나무 단풍은 이미 낙엽이 되어 수북이 쌓인 그것과 별반 다를바 없이 메말라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우수수 떨어진다.  나목이 되어버린 감나무와 아직 주홍빛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한 그루 감나무가 어우러져

마지막 가을빛을 띠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덧 겨울이 이만큼 가까이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이번 겨울엔 수능 끝난 우연군에게 좋은 책을 많이 추천해 줘야겠다.

우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와 자전적 성장소설, 그리고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소설로 열다섯 권을 추려 놓았다.

다 읽고나면 인물평전과 고전, 교양서를 몇 권 더 읽도록 해야겠다.

우연군은 수능 끝난지 이제 겨우 3일밖에 안됐는데 한 달은 된것처럼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고 한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해본지가 하도 오래된터라 이 또한 적응을 필요로하는 일인가보다.

 

내일은 시에서 주최하는 '제 1회 전국 사진공모전' 마감일이다.

수능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 미루고 있었는데 예전에 찍었던 사진 석 점을 응모해야겠다.

나처럼 똑딱이 디카로 찍은 사진을 공모전에 출품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지만 반드시 좋은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찍으란 법은 없지 않은가.

11월중에 사진공모전이 있을 예정이란걸 지난 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공모전을 염두에 두고서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다.

사진이란게 무언가를 바라고 열심히 찍는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건 아니라는게 사진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적도 없고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어줍잖은 내 생각이다.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그 날, 그 자리에, 운 좋게도 내가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을때라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4년 동안의 해외 지점 근무를 마친 친정 오빠가 이달 초에 서울에 왔다.

가족들 모두 함께 떠났지만 떠날때 전세 내준 아파트 계약기간 때문에 우선 오빠 혼자 들어왔다고 한다. 

이번주 목요일에 휴가내고 내려온다고 해서 부모님 모시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11월이 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게 김장인데 올해는 미처 무언가를 생각할 틈도 없이 어느새 11월의 반이 훌쩍 지나버렸다.

친정엄마가 추석무렵에 자전거를 타고 교회 가는길에 넘어져서 팔에 깁스를 했는데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아직도 풀지를 못하고 있다.

수능도 끝나고 때를 맞추어 날씨마저 추워지니 새삼 김장 걱정이 든다.  해마다 엄마가 담가주시는 김장김치를 넙죽 받아 먹기만 했었는데

올해는 아무래도 내가 팔을 걷어부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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