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눈 쌓인 출근길 풍경

연이♥ 2009. 12. 31. 10:46

 

 

 

동짓달 보름밤,하늘에선 구름과 달님이 숨바꼭질이라도 하는양 눈이 내렸다그쳤다를 반복하더니 끝내는 하얀눈이 쉬지 않고 펑펑 내린다

 

시아버님 기일을 맞아 모처럼 시댁 4남매가 모두 모였건만 문밖에서 소리없이 사부작사부작 내리는 눈때문에 모두들 마음이 급해진다요즘은 대부분 초저녁에 제사를 지낸다며 서둘러 상을 차리고 술을 올리고 밥을 올리고 경로당에 계시는 마을 어른들께 음식을 나눠드리느라 분주하다우리 아버님, 살아계셨을때 소식하시고 밥도 천천히 드시는 분이셨는데 어젯밤 수저 들기 무섭게 상을 치워버린건 아닌지 모르겠다

 

 

 

 

새벽까지 내리던 눈은 날이 밝으면서 그치긴 했지만 출근길 차량들 발을 꽁꽁 묶어놓았다아파트 앞 107번 종점 버스정류장에는 여느때보다 서너 배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아무래도 오늘은 버스도 제 시간에 올 것 같지 않고 택시 잡기는 더더욱 힘들 것 같아서 그냥 걸어가기로 한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버스가 오는 방향만 바라보는 사람들...저 도로를 20분 가량 걸어서 오는 동안 시내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끝내 한 대도 오지 않았다

 

 

 

 

간호사들이 출근하자마자 병원앞 인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사무실 근처에 이르러 공원에 들어가니 발이 푹푹 빠진다오늘 같은날 부츠를 신고 나온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어젯밤 누군가 정성스레 만들어놓은 눈사람과 그 옆에 세워둔 자전거가 참 잘 어울린다

 

 

 

 

 

첫 발자욱...ㅎ

 

  

 

 

출근길이란걸 깜박 잊고 하얀눈에 취해 해찰을 하느라 사무실에 도착했을때는 9시를 훌쩍 넘겼다꼬박 한 시간을 걸었지만 눈 때문에 눈이 부셔 눈이 시리긴해도 추운줄은 모르겠다

 

2009년, 개인적으로 특별히 좋은 일도 없었고 나쁜 일도 없이 무난했던 한 해의 마지막날에 축복처럼 하얀눈이 소복이 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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