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나홀로

연이♥ 2010. 3. 19. 22:40

 

종일토록 졸음이 밀려든 하루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어찌나 정신없이 졸립던지 앉은 자리에서 기지개를 켠다는 것이 그만 팔을 뒤로 젖힌채로 깜빡 졸기까지 했다.

요며칠 잠이 좀 부족하기도 했고 주말을 앞두고 있다보니 피로가 누적된 탓도 있으려니 생각하면서도 견디기 힘들만큼 졸음이 쏟아진 하루였다.

 

그렇게 졸음과 씨름하느라 길고도 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봄이면 남편이 좋아하는 주꾸미 샤브샤브를 자주 해먹곤 하는데 오늘은 볶음요리를 한 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남편이 좋아한다는 핑계로(남편은 삶으면 밥알처럼 생긴 주꾸미 알을 가장 좋아하지만) 늘어진 내몸에 활력을 주고 싶었나보다. 

 

집에 도착해보니 예정대로라면 운동 끝나고 집에 왔어야할 남편은 보이지 않고 주차장에 차만 세워져 있다.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고 비닐봉지에 담아온 주꾸미는 자꾸 시들시들 힘을 잃어간다.

확인하는대로 전화걸겠지 싶어 바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주꾸미 볶음에 들어갈 재료들을 먼저 준비해 놓았다.

잠시후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지만 함께 운동갔던 사람들하고 이미 저녁을 먹고서 들어오는 길이라고 한다.

 

다른때 같으면 저녁약속 있을땐 미리미리 문자 보내주는데 오늘따라 말도없이 말이다.

그리하여 오늘, 나홀로 주꾸미 볶음 한 접시와 막걸리 한 병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연이형제 귀가하려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나는 여전히 마냥 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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