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처럼

연꽃 만나러 갔다가

연이♥ 2008. 7. 29. 22:57

 

퇴근길,

집과는 반대방향에 있는 터미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거장으로 간다.

낮동안 잠시도 쉬지않고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구름을 따라

내 마음도 그렇게 흘러흘러 덕진연못으로 연꽃을 만나러 간다. 

   

 

 

 

오, 이런!

덕진연못에 도착하자마자 흰구름은 온데간데 없고 커다란 먹구름 한 덩이가 빠르게 달려온다.

어찌나 빠르던지 나랑 백미터 달리기 시합을 했더라면 분명 내가 졌을 것이다.

 

어쨌거나 참 고마운 구름이다. 

낮동안 그토록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을 잠시 숨겨두고 시원한 바람 한 자락 몰고와 더위를 식혀주겠노라며 가녀린 연꽃을 흔들어댄다. 

바람도 나처럼 오늘 덕진연못으로 매혹의 향기를 폴폴 날리며 피어 있는 연꽃을 만나러 오느라 몹시도 들뜬 모양이다.

굵은 빗줄기 대신 가느다란 비를 살포시 뿌리면서 쿨하게 머물다 갔으니!

 

소름이 돋을만큼 시원한 바람,

바람이 흩뿌려 놓은 연꽃향기,

나도 한 송이 연꽃이 되어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아, 시원하다~~~

 

 

 

 

서쪽 하늘엔 해가 나왔지만 여전히 비가 내린다.

연밭에 내리는 가느다란 비 그리고 햇살, 참 예쁘다.

 

 

 

 

 

 

비가 그치니 동쪽하늘엔 말로만 듣던 쌍무지개가 떴다.

 

 

  

 

비 그친 하늘이 그대로 그림이다.

어찌 카메라가 그 맑고 푸른 빛을 온전히 담을 수 있으리오!

 

 

 

 

 

  

그리고, 덕진연못에 저녁노을이 진다.

연이가 여름철 일몰 명소 가운데 하나로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곳이다.

 

 

 

 

 

노을빛을 받아 발그레 홍조를 띤 연꽃들도 일제히 고개 들어 하늘 구경을 한다.

  

  

 

 

아마 새들도 이 아름다운 오렌지빛의 향연을 보고 탄성을 지르며 날고 있겠지?

 

 

 

무지개를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보니 사막에서 만나는 신기루처럼 금세 사라질까봐 조급했던

내 마음과는 달리 동쪽하늘마저 붉게 물든 노을빛이 사그라들때 까지도 무지개는 그 고운 빛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나는 오늘 연꽃 만나러 갔다가 구름과 바람과 무지개를 덤으로 만나고 왔다.

 

'들꽃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일홍  (0) 2008.08.11
베고니아  (0) 2008.08.06
퇴근길에  (0) 2008.07.22
지리산 골짜기에서 만난 여름 꽃들  (0) 2008.07.18
으름꽃  (0) 2008.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