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처럼

베고니아

연이♥ 2008. 8. 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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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이면 은행 오가는길에 선홍빛 베고니아 한 무리를 만나 어김없이 인사를 나눈다.

사무실 근처 아파트 출입구에 세워둔 함지박만한 화분에서 초여름부터 피기 시작한 꽃들이

이제는 키가 껑충 자라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다.

 

베고니아를 보면 조용필이 부른 '서울서울서울'이란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 ♪'

아마도 이 노래를 듣고난 후부터 베고니아가 내게 더 친숙하게 다가온 것 같다.

우체국 이라는 단어를 듣는 것 만으로도 괜시리 가슴 설레는 내게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을

상상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어느해 여름날에는 사무실 계단 양쪽에 베고니아 화분 여섯 개를 사다 놓았던적도 있다.

서리가 내릴때까지 정말 끊임없이 피고지는 꽃이다.

수수하면서도 화사하게 피어난 꽃은 아무리봐도 질리지 않는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보니 베고니아를 '추해당(秋海棠)'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곧바로 무슨 내용인지 까먹는 내가 용케도 꽃이름은 기억을 한다.

 

요즘처럼 팔월의 태양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날에도 변함없이 청초하게 피어난 베고니아,

아련한 향수같은 그 이름에, 곱디 고운 그 자태에 반한 난 오늘도 은행 다녀오는 길에 더위도 잊은채 길가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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