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긴 하루 사용 후기

연이♥ 2014. 8. 7. 14:58


새벽 4시 50분..

잠에서 깨어 창밖 하늘을 올려다본다.

흐린 하늘에 안개마저 끼어 시야가 답답하다.

서둘러 아침밥을 짓고 주먹밥으로 도시락을 싸고 옥수수 몇 개를 쪄 간식으로 준비해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선다.

터미널에 먼저 도착한 선배가 미리 광주가는 버스표를 끊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평일이고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광주가는 직행버스는 거의 텅 빈 상태로 출발을 한다.

광주까지는 1시간 20분 가량이 소요되기에 광주에서 해남가는 직행버스 시간과 해남에서 대흥사까지 가는

군내버스 시간을 미리 검색해서 맞춰둔 상태여서 편안한 마음으로 동행과의 수다와 차창밖 풍경 감상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해본다.

 

오늘 나와 동행하는 선배는 소설을 쓰는데 등단 이후 꾸준히 단편소설만 쓰다 몇 해전부터 구상해둔 소재로

요즘 장편을 쓰고 있다 한다.  소설을 읽는건 참으로 쉬운 일이나 작품의 재미나 완성도를 떠나 소설을 쓴다는건

참으로 지난한 일임에 틀림없다. 부디, 선배의 첫 장편이 멋지게 탄생하기를!

 

오전 10시 30분,

드디어 대흥사 입구에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대흥사까지는 울창한 숲과 계곡을 따라 1.7km를 걸어가야 한다.

전날에 비가 많이 내렸음인지 숲길에 습기가 가득하고 계곡물이 많이 불어나 있다.

가족들과 캠핑을 하기 위해 하나둘 씩 모여든 사람들이 곳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준비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 구경을 하며 한참을 걸어 대흥사에 도착한 우리는

대흥사 경내를 지나쳐 곧바로 북미륵암으로 가는 등로로 접어들었다.

 

북미륵암 까지는 1km정도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아직 마르지 않은 돌에 이끼가 끼어 있어

미끄러운데다

움푹 패인 곳이 많아 여름산행을 힘들어하는 선배에게는 결코 짧지 않은 거리였다.

무엇보다도 모기가 어찌나 많은지(내가 여름산행을 큰 산이 아니면 꺼리는 이유) 단 1초도 쉴수가 없다.

선배와의 보폭이 맞지 않아서 잠깐씩 기다려줘야 하는데 모기때문에 잠시도 서있지를 못하다보니

결국 양해를 구하고 내가 먼저 앞서가기로 한다.

 

단 1km의 거리가 참 멀고 지루하다 느껴질만큼 습한 여름날의 북미륵암 가는 길은 나름 산행을 많이

해봤다는 내게도 결코 쉬운 길이 아니더라는~

 

그래서였을까?

땀을 줄줄 쏟으며 그렇게 힘들게 올라와서 였을까?

북미륵암 용화전안에 계신 마애여래좌상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우와~~~

 

 

 

 

그동안 사진으로만 볼때도 매번 감동이었는데 백문이불여일견이다.

절로 얼굴에 환한 웃음이 지어지는 순간이다. 

먼길을 달려온 보람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법당 안에 들어가 모자와 배낭을 벗어 두고 복전함에 시주부터 한 뒤에 삼배를 올린다.

삼배를 마치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감상을 하려는데 드디어 올라온 선배가 법당에 들어서더니

와~ 시원하다를 연발하며 법당안에 털썩 주저앉는다.


선배가 땀을 식히는 사이 마침 참배객도 없는터라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데 카메라도 즐거운지

노래를 하듯 경쾌한 셔터음을 낸다.

 

북미륵암 마애불은 본존불 상하좌우에 공양비천상을 새겨 굴곡진 바위 전체에 빈틈없이 양각하였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평평한 바위도 아니거들 어찌 이리도 정교하고 아름답게 조각할 수 있었을까?

그야말로 돌을 떡주무르듯 다루었다고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꽃 위에 결가부좌한 본존불은 두광과 신광이 모두 선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들 광배는 삼중의 원으로 이루어졌고, 두광과 신광의 밖에는 화염문를 새겼다.

 

 

 

경쾌한 셔터음과는 달리 초점이 제대로 맞은 사진이 없다 에휴..

본존불의 첫인상을 말하자면 한 마디로 후덕하시다.

가슴에 골을 새겼을만큼 살집이 있고 근엄한듯 보이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후덕함이다.

 


 

본존불의 대좌에는 앙련仰蓮의 연꽃무늬가 간결하게 새겨져 있다.

오른손에 비해 왼손의 윤곽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수인은 석굴암 본존불과 같은 항마촉지인이다.

 

 

 

정작 친견하는 자리에서는 카메라에 담느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이렇게 사진으로 찬찬히 들여다본다.

좌우 위쪽 비천상은 하강하는 모습으로 보이며 아래쪽은 공양하는 모습으로 좌측 공양상은 연꽃을 들고 있으며,

우측 공양상의 손에는 악기(?)가 들려있다.

 

북미륵암마애불을 처음 친견하는 순간에는 후덕하신 본존불만 보이지만 가까이에 다가가보면

상하좌우에 새긴 공양비천상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참을(원없이) 머무르다가 용화전 마당에 나와 고개를 드니 그제서야 소나무 사이로 동삼층석탑이 보인다.

 

 

 

삼층석탑 쪽에서 바라본 용화전과 보물제301호인 북미륵삼층석탑

자연 암반위에 세운 동삼층석탑에서 또 다시 한가로움을 만끽한다.

시계가 흐린 날이어서 어디가 바다이고 하늘인지 명확히 구분이 안되지만 멀리 바라보는 맛이 끝내주는 조망터임엔 분명하다. 

탑아래 소나무 그늘에 앉아 준비해간 주먹밥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산을 내려와 대흥사 경내를 두루두루(ㅎ) 관람한뒤 마지막으로 두륜산 정상에 누워계시는 부처님께 참배를 하고,

부지런히 숲길을 걸어 2시 50분 해남가는 군내버스를 시작으로 돌아가는 차시간은 미리 알아두지 않았음에도

기다리는 시간 없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행운이 따라주어 평소 퇴근시간과 다를바 없는 시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맥을 곁들인 삼겹살로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니 더 이상 바랄게 없는 하루다. 


'옛날부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륵사지에서..  (0) 2014.09.01
산행을 핑계로..  (0) 2014.08.24
소원  (0) 2013.12.04
만추  (0) 2013.11.10
대한민국 농악축제  (0) 2013.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