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이별과 상처에 대한..

연이♥ 2014. 7. 15. 20:23

 

 

사람은 누구나 일부러 상처주지 않는다고 해요

그렇다면 스스로 받은 상처의 치유 또한 스스로 해야겠지요?

얼마전에 드라마스페셜 '제주도 푸른밤'을 보면서 이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네요

 

한때 서로 사랑했던 남녀가 이별 아닌 이별을 하게 되죠

남자는 말기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사랑했던 여자를 찾아 나서는데,

여자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요

 

하지만 잘 살고 있다는 여자는 사실 그렇지를 못했어요

남편이 하는 이발소에서 잔심부름을 하고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죠

무엇보다, 남편이 걸핏하면 여자에게 폭력을 휘둘러 여자의 삶은 신산하기만 해요

 

남자는 죽기전에 여자를 한 번 만나기 위해 멀리 부산까지 내려가 하룻밤을 같이 보냅니다

그리고 여자가 남편에게 마구 두들겨 맞는 장면을 목격하죠

남자에게 여자는 너무도 아픈 지난날이었어요

잘해준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못되게 굴었던 일들만 생각이 나서 괴롭습니다

 

반대로 여자에게 남자는 너무도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손님들에게 희롱을 받거나 남편에게 구타를 당했을때도

여자를 견디게 하는 힘은 남자와 함께 했던 아름다운 지난날이었어요

 

드라마속 남녀주인공처럼 많은 이별이 그러하겠죠?

한 사람은 너무 큰 상처를 받지만 다른 한 사람은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며 살아가겠지요

이별과 상처를 얘기하다보니 영화 <데미지>가 생각납니다

 

일과 가정 모두가 완벽한 중년의 남자에게 어느날 운명적 사랑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남자가 첫눈에 빠져든 여자는 아들의 연인이었지요

남자와 여자는(특히 남자는) 이성을 팽개치고 불같은 사랑을 합니다

어떻게 끝이 나더라도 상처만 남게될 그들의 사랑은 결국 오래가지 못하죠

남자와 여자의 정사장면을 아들이 목격하고 그 충격으로 계단에서 떨어져 죽게되니까요

남자는 모든걸 잃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쓸쓸하게 살아가고,

여자는 오래도록 자신만을 지켜본 또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살지요

우연히 여자가 남편과 아이와 함께 있는걸 보게된 남자의 독백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납니다

'그녀는 다른 누구와도 다르지 않았다'는..

 

<데미지>는 파격적인 소재와 전라의 노출신으로 개봉전부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영화였지요

제가 기억하는 <미션>의 제레미 아이언스와 <프라하의 봄>에 나왔던 쥴리엣 비노쉬에 대한 이미지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줬구요 

그렇긴 했지만 저는 영화를 볼때 노출신보다는, 그리고 남자보다는 여자를 눈여겨 보았어요

영화 초반에 여자가 남자에게 경고와도 같은 말을 합니다

"상처받은 여자는 위험하다"고..

물론 남자는 그 말을 흘려 들었죠.

그녀의 말을 흘려듣지 않은 저는 여자의 상처받은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영화를 봅니다

여자에게는 과거 치명적인 상처가 있습니다

여자를 사랑했던 친오빠가 자살을 하는데 그 장면을 목격합니다

어쩌면 여자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그렇듯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는 사랑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자는 운명같은 사랑이 아닌 자신의 모든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래서 일부러 외면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남자 피터의 사랑을 선택하는걸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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