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슬픈 영화를 보고..

연이♥ 2014. 7. 20. 14:13

 

 

 

 

 

 

  하루에도 몇 번씩 덕유와 지리의 천상화원으로 달려가는 마음을 간신히 붙들고(아직 덕유평전과 노고단의 원추리 소식이 들려오지 않은 까닭에), 

여름나기용 스릴러 영화중에 고르고 골라서 제가 좋아하는 배우 니콜키드먼 주연의 <디 아더스The Others>를 이른 새벽에 보았습니다

 

 영화는 공포영화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화면이지만,

반면에 공포영화 맞나 싶을 정도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반전이 감성의 연이씨를 너무 슬프게 합니다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가 분명할진대 영화는 그 경계를 허물고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은 사람들의 생에 대한 집착과 아쉬움을 보여줍니다

아, 슬퍼요..

 

  종일 <디 아더스>의 슬픈 반전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전에 보았던 비슷한 시기의 니콜 키드먼의 또 다른 영화 <디 아워스 The Hours>를

다시 한 번 보고싶어집니다.

 

 

 

 

 

 

 

 영화 <디 아워스>는 마이클 커닝햄의 원작소설 <세월>을 영화로 만든건데요

저는 원작이 있는 경우 작품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편인데 <디 아워스>는 원작을 읽지 않고 보았답니다

흔히들 원작 텍스트의 디테일한 묘사나 깊이를 이미지로 담아낼 수 있는 한계로 인해 영화보다 원작이 낫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디 아워스>의 경우는 원작이 좀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해요

 

 <디 아워스>는 버지니아 울프가 소설 <델러웨이 부인>을 집필하던 시기인 1923년 어느 하루와 

어린 아들과 가정적인 남편을 둔 임신한 여인으로 <델러웨이 부인>을 애독하는 로라 브라운의 1951년 어느 하루,
에이즈로 죽어가는 오랜 연인을 위하여 파티를 준비하는 '델러웨이 부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클래리사의 2001년

어느하루의 삶을 시공간을 교차해가며 그려냅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독특한 문학적 기법인 의식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수 있죠

 

 

버지니아 울프역을 맡은 니콜키드먼이 호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우고 강물로 걸어 들어가는

영화의 첫장면은 영화 전반에 걸쳐 가장 강렬하게 제 기억속에 남아있는 장면입니다

영화에서 니콜키드먼은 버지니아 울프의 메부리코 분장을 하고 나오는데 이전과는 많이 다른 매력이 느껴집니다

작품에 몰두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고뇌하는 모습과 허공을 응시하는 몽롱한 눈빛연기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던 영화였지요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우리에게는 학창시절에 많이 애송했던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 등장해 너무나 친숙한 이름의 작가죠

나이 예순에 호주머니에 돌을 넣고 우즈강에 몸을 던져 자살한 버지니아 울프는 남편에게 충격적인 내용의 유서를 남깁니다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세간에서 남편과의 불화때문이라고 떠들 것을 우려한다는 말과 함께 그녀의 성장 비밀을 털어 놓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전처와 전남편의 아이들을 데리고 재혼해 네 명의 아이를 낳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학자이자 비평가로서 집필에 몰두했고 어머니는 봉사활동에 전념하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습니다

그런 환경 탓에 그녀는 어린시절부터 의붓오빠 둘에게 지속적인 성폭력에 시달리게 되고 벗어날수 없는 가혹한 현실의 도피처로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수많은 책들을 탐독하지만 평생 성적인 수치심과 지울수 없는 상처때문에 정신분열증을 겪기도 하고

자살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남편과 결혼할때도 평생 성생활 없는 결혼생활을 약속 받았던 그녀는 끝까지 자신을 사랑한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지난 30년 동안 오로지 글로써 남성중심의 사회와 싸우고, 추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 성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강물을 바라본다는 내용을 끝으로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택하며 생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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