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나의 유월은..

연이♥ 2014. 6. 24. 15:33

 

☆ 과속스캔들유월의 첫날, 세 여인이 노고단의 야생화를 만나러 가던날..장롱면허증 꺼내 7년만에 운전을 하다가 네비양의 친절한 안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속으로 무인 단속 카메라에 찍히고 말았다.며칠전 22km초과로 7만원짜리 과속범칙금 고지서가 날아왔다.범칙금이 이렇게 쎌줄은 미처 몰랐다는.남자들만 네비양 말을 잘 들을게 아니라 운전할땐 친절한 네비양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ㅎ

 

 

☆ 돌아보기유월을 코앞에 두고 나와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사무실 여직원이(아직 시집도 안간 처녀이건만..)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일이 생겼다.다행이 상태가 그리 심각한건 아니었지만 재활치료가 끝나려면 언제 퇴원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여서 부득이 내가 그쪽 일을 잠시도와주게 되었다.

 

처음엔 시집도 안간 처녀가 그리되었으니 당연히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일을 하다보니 이 처자가 도대체 그동안 뭘 했나 싶을 정도로 일처리가 엉망이었다.  더구나 쓰러진 여직원에게는 휴직계를 받고 임시로 경력이 있는 여직원을 채용했는데(눈치로 보건대 모양새는 임시지만 병원에 누워있는 여직원은 권고사직으로 처리할 모양) 인수인계마저도 내가 하다보니 한 달내내 쓸데없이 바쁘게 보내느라 책 한 줄 읽을 틈이 없다.  

 

병원에 누워있는 그녀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언니, 그동안 고마웠어. 내가 밥살게" 라며 다시 웃을수 있다면 내 수고에 대한 보답이 되겠지만이미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괜시리 내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면서 짜증이 불쑥 치솟기를 몇차례..(흠..이건 분명 갱년기 증상인듯)  그나마 위안이라면 남의 장부 뒤지면서 새삼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것.'과연,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사실 한 곳에서 오래 일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퇴근할때 괜시리 뒤꼭지 따가운 날들이 종종 있거든.ㅎ 

 

 

☆ 선택열무김치 담가놓았으니 가져다 먹으라는 친정엄마 전화를 받고 친정에 다녀온지 일주일만에 친정아버지의 위암진단 소식이 날아들었다.동네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위내시경을 하면서 조직검사 결과 초기암 같다는 소견이 나왔다 한다.동네병원 자료를 가지고 이곳 소재 대학병원에 입원해 일주일간 각종 검사를 받았다.대학병원에서도 자료 사진을 보고 조기발견이라며 운이 좋으시다고 얘기를 해서 모두들 별 걱정없이 수술날짜를 기다렸다.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친정부모님과 언니부부는 이 모든게 신의은총이라며 감사에 감사를 거듭하면서..

 

하지만, 수술날짜가 잡히고 수술동의서를 작성하기 위해 의사와의 면담이 있는날 우리 오남매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종합검진 결과 암이 발생한 부위는 위 가장 아래쪽이지만 수술은 위 전체를 잘라내야 하고 림프절 전이 소견도 보여 수술 도중조직검사를 해봐야 하기에 정확한 진행상태는 수술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올해로 여든둘의 연세가 믿기지 않을만큼 아버지는 건강하셔서 텃밭농사는 물론이고 매일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를 다니고 식사도 아주 잘 하고 계신다.  그런 아버지께서 위 전체를 잘라내 버리고 수술이전의 건강상태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은행에 다니는 오빠는 올해초 해외지점장으로 발령이 나서 국내에 없고,남동생들은 모두 수도권에 살다보니 평소에도 집안일을 상의할때면 단체카톡으로 의견을 나누곤 하는데멀리 있는 오라버니나 휴가를 내고 내려온 남동생들은 그래도 수술이 최선이 아니겠냐는 의견이다.하지만 언니와 나는 젊은 사람과 달라서 수술이후의 예후를 장담할 수 없으므로 좀 더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하고 술을 받더라도 큰병원에서 하는게 낫지 않겠냐로 3형제와 자매의 의견이 갈리었다.

 

결국, 일단 퇴원후에 다시 의논하기로 하고 일요일 저녁무렵 퇴원을 해서 집으로 가셨는데무엇보다 가볍게 혹 하나 떼어내는 정도로 생각하셨던 아버지께서 충격을 많이 받으신 모양이다.현재는 부모님 모두 그 나이에 위를 다 잘라내고 어떻게 살겠느냐며 수술을 안하겠다고 하신다.과연 무엇이 최선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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