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충과효

연이♥ 2010. 9. 2. 17:50

 

 

 

 조선 왕조는 충효를 나라의 기본으로 삼았다. 백성들도 그것을 공유하고 신봉했다. 충효의 가치를 섬기는 가운데 유능한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그런데 이를 뒤집는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 세조가 임금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것이다. 신하가 임금을 죽였으니 대역적이었다. 이로써 충(忠)이 사라져 버렸다. 또한 세종대왕

이 그토록 당신의 손자를 보살펴 달라고 수양대군에게 부탁했으나 그 손자를 시해했으니 이는 큰 불효였다. 

 

 이로써 조선 왕조의 정신적 기둥이 일거에 무너져 버렸다. 세조는 불충과 불효의 근원이었다. 그로부터 충효는 왜소해져 버렸다. 세조가 권력을 장악하자 조정은 두

세력으로 갈라졌다. 하나는 성삼문 등 사육신을 중심으로 한 반대 세력이요, 다른 하나는 정인지, 신숙주를 중심으로 한 지지 세력이었다. 양심과 정의를 외친자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하거나 내쫓겼다. 불의한 자들은 권력을 차지하고 세도를 부렸다. 비극은 또 다른 비극을 낳았으니, 세조의 역적질은 역사에 무오사화(戊午士禍)라는

화인(火印)을 찍었다. 세조에 의한 유교 윤리 파괴는 이후 조선 왕조 450년을 정신적으로 질식시켰다.

 

 왕실이 적통을 잃었으니, 신하들과 유생들은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못했다. 소소한 문제로 싸웠다. 당쟁도 작은 것에 집착했다. 예를 들면 "대비가 돌아가셨는데

복상을 얼마나 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로 싸웠다. 국가의 운명이나 백성들의 복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정신이 건강치 못하니 몸이 성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유교

국가 조선 왕조는 힘을 잃기 시작했다. 조선은 급격히 쇠퇴했다. 그러면서도 백성들에게 충효를 강요했다.

 

 나는 유교 지도자들에게 이러한 우리 역사와 유교의 비극인 수양대군의 패악을 지적했다. 그리고 충효의 현대적 의미를 새겨봤다.

 

 충의 대상이 무엇입니까. 흔히 국가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를 충의 대상으로 했을경우 자칫하면 히틀러의 나치즘이나 일본의 군국주의가 될 수 있습니다.

충의 대상은 국민이어야 합니다. 헌법에서도 국민이 주권자입니다. 충의 대상은 바로 내 아내요, 남편이요, 자식이요, 내 이웃입니다. 그래서 충의 대상이 내 곁의 모

람이고, 그 사람들이 곧 나의 임금인 것입니다. 과거에는 임금이 주권자였지만 지금은 백성이 임금이요, 주인입니다. 그래서 충을 바르게 하려면 민주주의를 철

저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효의 대상은 무엇입니까. 물론 부모라는데 이론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식만이 부모를 섬기는 무조건적 효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그것은 농경 시대 대가족주의의 유

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식이 자식다우려면 부모도 부모다워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 관계가 쌍방향으로 흘러야 합니다.

 

 이제는 자식이 항상 부모를 모시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국가가 효도를 해야 합니다. 경로사상을 받들어 노인들을 국가가 보호해야 합니다. 이를 사회적 효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식의 개인적인 효와 국가의 사회적인 효가 합쳐져서 노인들을 바르게 모시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는 그런 방향에서 정책을 세우고

예산에 반영하겠습니다...........

 

 

                                                                                               ... <김대중 자서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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