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잃어버린 신발 한 짝

연이♥ 2010. 8. 27. 14:57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아손은 왕위를 빼앗은 숙부 펠리아스를 피해 펠리온 산에서 켄타우로스인 케이론에 의해 길러진다. 

케이론은 그리스의 영웅 헤라클레스와 아킬레우스를 배출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펠리온 산에서 숨어산지 15년만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위해 산을 내려와 길을 가던중 강가에서 노파를 만나게 되는데(노파로 변신한 여신 헤라)

노파는 이아손에게 자신을 업고서 강을 건네줄것을 요구한다.

 

노파를 업고 강을 건너는도중 미끄러운 돌을 밟는 바람에 미끄러져 허둥대다가 가죽신 한 짝을 잃어버리고 만다.

 

가죽신 한 짝만 신은채로 이올코스에 입성한 이아손의 주위에 아이들이 몰려들어 노래를 부르는데,

 

 

" 모노산달로스가 내려와  이올코스의 왕이 된다네......"

 

모노산달로스(Monosandalos)에서 모노(mono)는 '하나' 산달로스는 '가죽신'을 뜻한다.

가죽끈으로 장딴지에다 얼기설기 엮어 묶는 가죽신이다.  오늘날 우리가 '샌들(sandle)' 이라고 부르는 신발 이름이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즉, '모노산달로스'란 '외짝 신 사나이'란 뜻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가운데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 ...

 

 

           

 

  

2010년 8월 27일 오늘,

소설가이며 번역가이자 신화학자인 이윤기님께서 심장마비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인터넷 기사로 보았다.

 

고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 시대와 아득한 선사 시대, 우리가  짐작도 할 수 없는

미지의 시대 사이에 신화가 있으며, 신화는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신발 한짝인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남긴바 있다.

쉽고 재미나게 쓰여진 고인의 신화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서양신화 뿐만아니라 우리고유의 신화에 대한 관심까지도

갖게 만들었다는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장미의 이름> <그리스인 조르바> 같은 번역서에서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 <꽃아꽃아 문 열어라> 등의 신화이야기,

<이윤기가 건너는 강> <무지개와 프리즘> 같은 산문에 이르기까지

고인의 책들을 무척 사랑했던 나로서는 그의 짧은 생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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