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겸손에 대하여

연이♥ 2010. 5. 19. 15:34

 

 

 

 내 덕목은 처음에는 12가지뿐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퀘이커교도 친구 하나가 살짝 귀띔해 주기를 내가 약간 오만하다는 평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

다 보면 내 자만심이 툭툭 드러나고 어떤 주제를 놓고 토론할 때 내가 옳다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례하게 상대방을 꺾으려하는 성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예를 얘기해 주었는데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결점 또는 어리석음을 고치기로 마음먹고 목록에 '겸손'을 추가시키고 그 단어의 뜻을 광범위

하게 잡았다.

 

 이 덕을 '실제로' 습득했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큰 발전이 있었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반대하거나 나 자신의 생

각을 독단적으로 단언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또 전토 클럽의 옛날 규칙에 따라 단호한 의견을 나타내는 말, 즉 '확실하게','의심의 여지 없이' 같은 표현은 쓰

지 않고 그 대신 '내가 알기로는', '나는 이렇게 보고 있는데', '내 생각에는 이 일은 이러이러하다'. '지금 내 생각은 이렇다' 라는 식의 말을 썼다. 다른 사람이 내가 보

기에는 틀린 것을 우길 때에는 당장에 반박하고픈 유혹을 참고 그의 주장에서 부조리한 점을 들춰 내는 일을 삼갔다.  그리고 대답은 "당신의 주장은 어떤 특정한 경우

나 상황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이 상황에서는 좀 다른 것 같네요"라는 식으로했다. 이렇게 태도를 바꿨더니 금방 효과가 나타났다. 내가 끼어 든 대화가 훨씬 즐겁게 진

행되었다. 또 의견을 겸손하게 드러내니까 사람들은 더  쉽게 내 말에 순응했고 반박은 그리 심하게 하지 않았다.  내가 틀린 것으로 드러났을 때에도 덜 무안했고, 내

가 옳았을 때는 다른 이들이 쉽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내 편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 방식이 내 성격에 맞지 않아 무척 고생했지만 나중에는 쉬워졌고 몸에 배어 버렸다. 지난 50년 동안 내게서 우연히라도 독단적인 말을들어 본 사람은 없

었을 것이다. 새로운 제도를 제안하거나 오래된 제도를 개혁할 때 시민들이 그렇게 나를 잘 따라 준 것도, 의원이 되어서 의회에서그렇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도 성실함 다음으로 이 습관 덕이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말을 조리있게 잘 못했고 달변은 더 더욱 아니었으며 어휘도 자신 있게 선택하지 못하고 문법도 정

확하게 쓰지 않아서 겨우 요점만 전달하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인간이 가진 감정 중에 '자만심'만큼 굴복시키기 힘든 것도 없다. 감추려 해도 때려 눕혀도 숨통을 막고 눌러도 자만심은 살아남아서 여기저기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쓰는 이 글에서도 그것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것을 완전히 극복해 냈다고 한다면 그것은 내가 겸손하다고 하는 자만이니까.

 

 

                                                                                                                ...  <프랭클린 자서전> 중에서...

          

 

* 사람은 누구나 많은 결점을 지니고 있으며, 비교적 결점이 적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살면서 과오는 저지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큰 그릇의 사람이 되느냐 못되느냐의 차이는 자신이 지닌 결점을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해 얼만큼의 노력을 했느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마음을 다잡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 우연군이 가끔 내게 묻는다. 

   "어떻게하면 말을 잘 할 수 있어요?"

   

   나는 대답한다.

   "말이 좋다는건 그만큼 진실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정치인들을 보세요. 말 참 잘하잖아요. 하지만 국민들이 그사람들 신뢰하지 않잖아요?

    말이 적은 사람은 남의 말을 많이 들어주는 장점이 있고 꼭 필요한 말만 하게 되어 있어요.  진실된 말만 하는거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 잘하는 사람보다는 진실된 사람을 좋아한다는게 엄마 생각이예요 "

 

    말주변이 좋은 사람을 부러워하는 우연군에게 이 책을 추천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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