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꽃밭의 독백

연이♥ 2009. 11. 10. 15:32

 

 

 

 

 

「꽃밭의 독백」 -사소단장(娑蘇斷章)-

 

                                   서정주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바닷가에 가 멎어버렸다.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미당 서정주 선생의 시 「꽃밭의 독백」에는 '사소 단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시의 말미에는 '사소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처녀로 잉태하여 산으로 신선 수행을 간 일이 있는데, 이 글은 그의 집 꽃밭에서 한 독백' 이라는 해제가 실려 있다.

 

 미당 선생의 해제 중 '처녀로 잉태하여'는 '지아비에게 관복을 지어 주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을 뒤집는 또 하나의 이설 신화가 되고 있다. 신화는 이렇게 해서 커지기도 하고 허황해지기도 한다. 「꽃밭의 독백」은 박혁거세 신화 발생 이전의 소식을 들려주는 또 하나의 신화다. 꽃이 문을 열면, 한 나라가, 국선國仙이 들끓던 한 나라가 찬연하게 열릴 터이다.

 

 

 

                                 ..이윤기 우리 신화 에세이 『꽃아 꽃아 문 열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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