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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신상담

연이♥ 2009. 3. 26. 14:29

 

 

 

● 오(吳)나라의 기원 및 지리적 위치

 

오나라를 세운 오태백은 본래 은(殷)나라에 복속된 주(周)나라 태왕(太王)의 적장자 였으나 현자(賢者)로 유명한 동생 계력(季歷)에게

왕위를 양보하고 주나라를 떠나, 문신단발(文身斷髮, 몸에 먹물을 들이고 머리를 잘라 묶지 않음)하는 풍습을 가진 형만(荊蠻)이라는 월족

계통의 민족이 사는 땅 한가운데에 나라를 세웠다.

 

즉, 오나라는 중국의 중심 혈통이랄 수 있는 한족(漢族, 황하 중류의 중원 지역인 하남성을 중심으로한)과는 다른 월족(越族) 계통의

민족이 세운 나라로, 한족 지역보다 훨씬 동남쪽인 지금의 강소성(江蘇省)에 위치해 있었다.

 

오나라의 수도는 지금의 소주시(蘇州市) 부근에 있었는데, 이곳은 문명의 중심지였던 주(周)나라의 수도 낙양에서 직선 거리로

9백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 당시 오나라는 문명의 변방에 있었다.

 

 

● 오왕 합려의 인재 등용

 

오왕 합려는 원래는 왕위 계승자가 아니었지만 광공자(光公子)라 불리던 시절부터 가슴속에 야심을 품고

인재 등용에 주의를 기울인끝에 오왕 요(僚)를 암살한 뒤 왕위에 오른다.

 

BC 515년,

오왕 합려(闔閭)가 왕위에 오를 당시 오나라는 서쪽의 강대국인 초(楚)나라와 적대관계였다.

오랜기간 초나라와 적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양국의 승패는 거의 비슷했는데 합려가 즉위한 뒤, 오자서(俉子胥)와 손무(孫武)의

계책에 따라 주변국을 아군으로 끌어들여 연합세력을 형성하여 초나라공격한다.

 

결국 오나라에 패한 초나라는 수도를 점령당하고 선왕의 묘가 파헤쳐져 사체까지 능욕당하는 큰 치욕맛보는데,  

중원의 패자(覇者)였던 초나라는 일찌기 춘추시대 초기의 패자였던 제(齊)나라와 진(晉)나라에서도 자행한 적이 없었던

치욕을 오나라로부터 겪게 된다.

 

이렇듯 변방의 후진국에 불과했던 오나라가 중원의 패자인 초나라의 수도에 입성할 수 있었던건 오왕 합려의 탁월인재 등용

능력에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국에서 망명한 유능한 인재들을 측근으로 발탁하여 국정의 중추로 참여 시켰는데,

이들 가운데 합려가 가장 신뢰한 사람이 오자서였다.

 

오자서는 초나라 출신으로서 초나라 태자 건(建)의 태부(太傅)였던 아버지와 형이 참언을 입고 초나라 평왕에게 살해되면서,

태자 건과 함께 초나라를 가까스로 탈출하여 중원의 송나라, 정나라,진나라 등을 전전하던중 태자가 사망한 뒤 갖은 고초 끝에

오나라에 망명하게 된다.

 

또한 장군(將軍)으로서 중용된 인물로는 제나라 출신의 손무가 있다.

<손자병법(孫子兵法)>으로 잘 알려진 손무는 오자서의 추천으로 등용되었다고 한다.

 

손무에 관한 유명한 일화로,

합려의 면전에서 합려가 아끼는 총희(寵姬)를 대장으로 삼아 궁녀들을 모아놓고 병법을 훈련 시켰는데 총희가 군령에 잘 따르지 않자

그녀를 참수하여 군령을 엄격히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오나라의 군대는 이러한 손무의 노력에 힘입어

중원의 선진 국가들처럼 정비되고 개혁되었던 것이다.

 

 

 

● 오왕 부차와 월왕 구천의 첫 만남

 

초나라 수도를 점령함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합려는 주변국에 자신의 지배권을 확립하여 패자로 등극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후세 사람들은 합려를 춘추오패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리지만).  이렇듯 목표를 상실한 가운데 시간이 경과하면서 이번에는 오

남쪽에 있는 월나라가 오나라를 공격해오는 바람에 초나라에서 퇴각하여 오나라로 돌아오게 된다.

 

월나라와의 싸움에서 엄지발가락을 창에 찔린 오왕 합려는 발가락 상처가 심해져서 세상을 떠난다.

새로이 왕이 된 합려의 아들 부차는 월왕 구천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며 결의를 다진끝에 다시 먼저 공격해온 월나라에 크게 승리를 거둔다.

오나라에 패한 구천은 부차에게 화친을 요청하는데 이때 오자서는 부차에게 화친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간언하지만 부차는 오자서의

그같은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오자서는 한탄한다.

" 월나라가 앞으로 10년 동안 백성을 늘리고 재산을 불려서 다시 10년 동안 백성을 가르쳐 깨우친다면  20년 뒤에 오나라는 수렁에 빠질 것이다."

 

 

● 와신상담(臥薪嘗膽)

 

오나라에 패해 말 사육장에서 일을 하던 구천이 오나라와 화친을 맺어 다시 월나라로 귀국 하는데 <사기>에 의하면, 

월왕 구천은 언제나 자신의 옆에 간(肝)을 놓아두고 눕거나 앉을 때마다 그것을 보며 쓰라린 굴욕의 날들을 상기하며 복수를 맹세했다고 한다. 

그리고 식사할 때마다 간을 핥으며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한다. 

" 너는 회계에서의 치욕을 잊었느냐?"

 

또한 <오월춘추>에 의하면, 구천은 장작위에서 자면서 복수를 맹세하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와신상담'의 고사가 나온 것이다.

 

구천은 스스로 경작을 하였으며 부인은 베를 짜고 식사때에는 육식을 하지 않았으며 색깔이 있는 옷도 겹쳐 입지 않았다. 

게다가 현자에게 겸손 하였으며 빈객을 후히 대접하였고 가난한 자를 도와 주었으며 죽은자를 장사지내 주면서 백성들과 고락을 같이하였다고 한다.

 

오나라와 마찬가지로 중원 지역과 밀접한 문화적,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었던 월나라는 중원의 전통을 중시하였던 오나라와는 다르게

경제적인 원리를 우선시 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이와 같은 경향은 전국시대에 중원 여러나라에서 일반화 되는 현상으로 이미 월나라는

전국시대를 앞서 맛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구천의 인재등용에서도 그 선진성을 엿볼 수 있는데, 구천이 중용한 측근들은 오나라처럼 귀족 출신의 인물들이 아닌 신흥 서민층을

포함한 인물들로 신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있는 인재를 중용했다.

 

 

최후의 패자(覇者)

 

오왕 부차는 아버지 합려와는 달리 중원의 패자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월나라와 화친한 뒤 바로 주변국을 공격하거나 동맹을 맺어

주변국들로부터 맹주로서의 위치를 다져 나간다.  

 

BC 482년 여름, 부차는 황지(하남성 개봉시 북쪽)에 주周나라의 경사(卿士)인 단평공(單平公), 노나라의 애공, 진(晉)나라의 정공(定公)을

참석시킨 가운데 회담을 열었다.  바로 패자를 결정하는 맹약 의식을 갖는 회담이었다.

 

그런데 회담을 진행하기도 전에 월왕 구천이 부차가 없는 틈을 노려 오나라를 공격하여 오나라 수도를 점령하고 불태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부차는 이 사실을 전해온 사자를 모두 죽여 비밀로 한채 진(晉)나라와의 맹약을 추진하였으나  뚜렷한 결말은 보지 못한채 회담을 끝내고

귀국하여 구천에게 많은 선물을 보내어 화친을 도모하게 된다.

 

황지회합 이후 오나라는 그동안 조용하던 초나라 군대의 공격을 받아 급속히 국력이 쇠퇴하지만 반면 월나라는 국정에 힘을 쏟아 안정된

국력을 바탕으로 오나라가 초나라의 공격을 받아 대패한 이듬해에 또 다시 오나라를 공격하여 항복을 받고 부차는 스스로 목을 맨다.

 

구천은 부차처럼 중원의 패자를 목포로 하기 보다는 상업과 수공업을 국가의 기반으로 삼아야 했기에 산동지역과의 교역로 확보에

더 큰 비중을 두었지만  결국 부차가 이루지 못한 패자의 위업을 구천은 달성하여 춘추시대 오패(五覇)-제(齊)의 환공(公), 진(晉)

문공(公), 초(楚)의 장왕(王), 오(吳)의 합려(閭), 월(越)의 구천(踐)- 중 한 사람으로 그 이름을 남긴다.

 

  

                <영웅의 역사> 전 10권 가운데 '패자覇者의 길' /  에무라 하루키 / 솔 출판사

 


요즘 고우영 <열국지>를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데 와신상담의 고사를 읽다보니 하루키 교수의 글과

비교되는 부분이 적지않기에 옛 글을 뒤적여 보았다.  대개는 와신상담의 고사에서 오왕 부차가 월왕 구천에게

패하게 된 주요 원인가운데 하나로 고대 중국의 대표 미녀 서시의 활약을 빠트리지 않지만 하루키 교수는 학자답게

서시 이야기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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