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돈키호테

연이♥ 2009. 2. 21. 11:03

 

 

 

● 로망스  소설의 기원을 고대 서사시 형태에서 찾으려는 견해와 근대소설로 보는 견해, 그리고 중세 로망스를 그 기원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로망스'란 말은 중세초기의 새로운 라틴 지방어를 의미하는 말로, 고상하면서도 어려운 라틴어에 의도적으로 대신해서 쓴 말이다.로망스의 기원은 대략 8세기 경으로 추측하지만 구체적인 작품은 없는 편이며 로망스의 출발을 프랑스에서는 11세기 경으로, 스페인은 12세기말로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로망스의 내용은 기사들의 황당무계한 무용담이나 연애담이다보니 기이하고 가공적이며 모험적인 특성을 지닌다.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아더왕 이야기>와 <살르망 이야기>가 있다.  ● 로망스와 소설(novel) 로망스나 소설은 모두 어떠한 관념이나 추상론 보다는 인간의 구체적인 삶과 경험의 세계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로망스는 일반적으로 현실도피의 성격이 강한 문학 양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듯 로망스는 역사적 사회적 상황이나 시대적 삶에 대한 문제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삶의 일상적인 문제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과는 다른 성격적 특질을 보여준다. 하지만 로망스는 분명 소설과는 뚜렷이 다른 특징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근대적 의미의 소설양식과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에 오늘날에도 멜로 드라마나 공상소설, 연애소설, 괴기소설 등의 형태로 나타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 중세의 사랑(기사도)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통해 풍자하고 있는 중세 서양에는 로망스가 범람하고 있었다. 중세의 사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가 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기사도이다. 둘째는 교회의 요구를 반영한 아가페, 즉 그리스도교적 사랑이며, 마지막으로 개인의 관심을 반영한 사랑으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고트프리트의 소설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있다. 중세의 기사도는 고대 사랑의 교육적 기능을 계승했다.  다만 사랑의 대상이 소년에서 귀부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고대에 소년이 남성 애인을 통해 도시국가 내에서 사회적 지위를 찾아갔듯이 떠돌이 젊은 기사는 귀부인에게 봉사함으로써 진로를 보장받는다.   전통적으로 남성에게 예속되어 있던 여성은 기사도를 통해 그 지위가 격상되었다.  뿐만아니라 마녀 재판이 시작되기 이전인 중세 중기의 도시에서는 여성이 남성과 법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누렸고 수공업에 종사할 수도 있었다.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 박철 옮김  시공사 펴냄     

 

 

 

 작가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17c초 당시 스페인 왕국은 반종교개혁운동과 합스부르크 절대왕조의 통치하에 있었는데, 이같은 정치적인 상황하에서 자유로운 작품을 쓸수 없었던 작가는 기사소설의 형식을 빌어  돈키호테의 광기를 이용 당시 사회를 비판하고 이상세계를 그려낸다. 이처럼 우회적인 수법으로 사회를 풍자하는 경우는 일제강점하 우리 문학에서도 그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채만식의 <태평천하>라 할 수 있겠다.  1930년대 후반 점점 심해지는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풍자소설을 썼던 작가 채만식은 <태평천하>에서 윤직원의 입을 통해 부정적으로 그려내는 인물이 바로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긍정적인 인물임을 독자들이 알 수 있도록 풍자하고 있다. 『돈키호테』는 기사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한채 소설속에나 등장하는 기사가 되어 상상속의 공주님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숭고한 사랑의 맹세를 하고서 사회 정의를 부르짖으며 길을 떠나는 돈키호테의 광기를 이용 논리정연하게 사회 전반에 걸쳐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 하고 있다.

 

물론 소설이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우스꽝스러운 돈키호테의 기이한 행각 만으로도 많은 재미를 주기에 작가의 숨은 의도는 간과된채 오랫동안 그저 단순한 재미로만 읽혔다. 그랬던게 18세기에 이르러 작품의 진가가 인정되고 재해석 되면서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서는『돈키호테』에 담겨진 복합적인 메시지를 탐구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거듭되었다.

 

돈키호테는 본래 점잖은 시골귀족으로 당시 유행하던 기사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다보니 소설속 기사도를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 역시 소설속에 등장하는 기사라고 믿게되어 스스로 돈키호테라는 이름을 지어 모험을 찾아 나서게 된다. 한편 돈키호테의 광기가 그가 읽은 기사소설 때문이라고 믿는 친구 이발사와 신부, 그리고 하녀와 조카는 돈키호테 몰래 모든 책들을 불태우는 서재 재판을 벌이는 헤프닝을 연출하는데 이 장면은 신부 역시 읽지 않은 기사소설이 없을 정도로 사회 깊숙이 기사소설이 침투해 모든 이가 열광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혼자서 첫 번째 출정을 나섰다가 자신이 성으로 믿었던 주막집에서 봉변을 당하고 돌아온 돈키호테이웃집 농부 산초 판사에게 자신이 왕이 되면 섬의 총독 자리를 주겠다며 설득하여 이른 새벽 아무도 몰래 두 번째 모험을 찾아 길을 떠난다. 두 번째 모험에서는 첫 상대로 거인을 만나 다짜고짜 달려들어 무참히 패배를 하는데 돈키호테가 거인이라고 생각한 상대는 다름아닌 풍차였던 것이다.  첫 모험에서부터 주인의 광기가 미심쩍지만 훗날 자신에게 안겨질 명예와 부의 꿈을 끝까지 버리지 못하는 종자 산초 역시 돈키호테와 함께 모험 때마다 온몸이 부스러지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모험속에는 포복절도할 유머와 재미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들이 모험길에 만난 많은 등장 인물들이 구술하는 이야기 혹은 이야기책을 읽는 형식을 빌어 또 다른 이야기들을 끼워넣는 삽입소설 형식을 함께 취하고 있다. 사실 돈키호테의 광기와 좌충우돌 산초판사가 엮어내는 이야기의 재미에 비해 이들 삽입소설은 다소 지루한감 없지 않지만 작가 세르반테스는 여러 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당시 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다양성을 말하고 있다.

 

유감이라면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중심인물 가운데 모든 여성이 한결같이 아름다운 미모를 갖춘 인물로 묘사되었다는 점.  이는 기사소설의 특징이기도 한데 삽입소설을 통해 수동적이고 희생적이던 여성의 입장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선택하는 유형의 여성상을 제시한 점과는 사뭇 다른점이기도 하다.  소설 전반에서 수시로 접하게되는 돈키호테의 이상과 현실, 종교, 그리고학문 전반에 걸친 논리정연한 주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가운데 하나이다. 

 

이상주의자인 돈키호테에 비해 그의 종자 산초는 현실주의를 대표한다.  그러나 돈키호테를 섬기면서 산초 역시 점점 주인의 이상주의에 공감하게 되고 때로는 주인과 같은 이상세계에서 행동하기도 한다. 소설속 두 인물을 통해 작가는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이상과 현실의 대립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는 모습은 곧 실존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힘들어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꾸게되는 꿈과 이상이 있기에 인간은 그 어떤 고난과 역경도 이겨낼수 있는 것이다.

 

 

 

 

 

 

 

  

  

 

 

'책 그리고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살아 보니까  (0) 2009.05.19
와신상담  (0) 2009.03.26
집으로 가는길/이스마엘 베아  (0) 2009.01.28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0) 2008.12.19
사랑이면  (0) 2008.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