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연이♥ 2008. 12. 19. 23:11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소설은 다짜고짜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물건도 아닌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말에서 아주 잠깐 이지만  독자인 나는 다음 문장을 읽기도전에 이런저런 추측을 해봅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말인가?  아니면 엄마를 잊었다는 건가?

 

신경숙 소설「엄마를 부탁해」는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의 첫 시작만큼이나 독자인 나를 끊임없이

추측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더니 끝내는 회한의 눈물을 짓게 합니다.

 

서울역 지하철역에서 아버지가 엄마의 손을 놓치는 바람에 잃어버린 엄마,

엄마를 잃은 가족들은 그제서야 엄마의 존재, 아내의 존재에 대해 뼈아픈 성찰을 하게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을 읽는내내 내 엄마를 떠올리게 만들고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과연 어떤 엄마일까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소설속에는 우리들의 엄마이자 내 엄마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나를 잃지 않겠다고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서지만,

지금의 내 아이들만 할 때의 내 엄마는 주말에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엄마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주말에는 농사일을 해야 했고

텃밭을 가꾸어야 했으며 몸이 약한 아버지를 위해 약초를 캐다가 다려야 했지요.

작가의 말처럼 우리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여자가 아닌 엄마였기에 늘 바쁘고 고된 일상 속에서도

강하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모처럼 참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

아직 엄마가 살아 계시니 이제부터라도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사랑을 전하면 늦지 않았겠지요?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도 좀 더 따뜻하고 좀 더 멋진 엄마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작가의 엄마가 이 책을 읽고서 얼마나 뿌듯해할까를 생각하니 내가 글을 쓴양 기분이 좋습니다.

김훈의 <칼의노래> 이후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문체가 너무 비슷해지고 있음에 국내 소설에 살짝 회의를 느끼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한국 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났습니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난 후부터 가끔 타게되는 남행열차에서

우연히 옆좌석에 J시에 사는 엄마를 만나러 가는 작가와 동행 하는 상상을 하곤합니다.

그녀와 함께 30분 동안 책 이야기를 하고 엄마 이야기를 하는 즐거운 상상입니다.

 

 

'책 그리고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키호테  (0) 2009.02.21
집으로 가는길/이스마엘 베아  (0) 2009.01.28
사랑이면  (0) 2008.11.12
고전 산문 산책  (0) 2008.09.12
자족의 경계에 대하여  (0) 2008.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