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집으로 가는길/이스마엘 베아

연이♥ 2009. 1. 28. 15:37

  

 

 

 

 

랩 음악과 힙합 댄스를 좋아하던 열두 살 소년 이스마엘과 그의 형 주니어, 그리고 이스마엘보다

한 살 위였던 친구 탈로이는 이웃마을인 마트루종에서 열리는 장기자랑에 나가기 위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이웃마을 마트루종에서 하룻밤을 지샌 이들은 다음날 장기자랑에 나가지 못할뿐아니라 영영 자신들이 살던 집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1991년,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시에라리온에서는 내전이 한창이었는데 이스마엘 일행이 마트루종에 머무는 하룻밤

사이에 그곳 마을이 반군들의 폭격을 당해 온 마을이 불타버리고 폭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험난한 피난길에 오른다.

이스마엘 일행 역시 가족들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채 피난 행렬에 휩싸여 길고도 고된 여정이 시작되는데 피난길에 목격하는

전쟁의 참상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만큼 처참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이스마엘 일행의 피난살이가 힘겨웠던 것은 반군들 가운데는 나이 어린 소년병들이 많았는데

이들 소년병들의 거침없는 만행이 어른들 못지않게 잔인하다는 소문이 아직 반군들의 습격을 받지 않은 마을에까지

모두 퍼진터라 이스마엘 일행이 나타나기만 하면 마을 사람들은 극도로 경계하거나 자신들의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무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매일 생지옥과 다름없는 처참한 광경을 보면서 기약도 없는 머나먼 여정을 계속해야 하고,

밤이면 악몽에 시달리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허다하지만 소년 이스마엘은 어린날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려가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쉽게 끝날줄 알았던 전쟁은 온나라를 피로 물들이며 점점 그 광기를 더해갔고,

갖은 고생끝에 기적같은 부모형제와의 재회를 앞두고서 어이없게도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고만다.

후, 열세 살 어린나이에 정부군 소년병이 되어 부모형제의 목숨을 앗아간 반군에 대한 맹렬한 복수심으로

전쟁의 광기에 휩싸이게 된다.

 

이스마엘은 2년 넘게 소년병으로 전쟁터를 누비는 가운데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채 마약과 살육 약탈을 일삼는

전쟁광이 되었지만 '유니세프'의 도움으로 구출되어 힘겨운 재활과정을 거쳐 광기의 조국을 탈출해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가족과 집을 갖게된다.  

 

 

 

<집으로 가는길>은 작가 자신이 소년시절 직접 체험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가운데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얼마나 많은 소년병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맑고 순수한 영혼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작가의 기억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전쟁의 참상은 사실에 근거하기에 더 충격적이면서도 비참하지만,

어린날의 소중한 꿈을 잃어버린 소년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아프리카 오지의 아름다운 전통과 가족들과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그 끝없는 절망속에서도 희망의 불씨가 되어 주었으며 독자들에게는 진한 감동을 선물한다. 

 

비록 자신의 어린시절이 온통 피로 물들었던 끔찍한 회고록 이지만 작가의 주옥같은 문체와 섬세한 기억력,

풍부한 감성으로 풀어놓는 생각들, 거기에 매끄러운 번역이 더해져 독자로 하여금 잠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빼어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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