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새해 첫 산행

연이♥ 2008. 1. 26. 19:10

 

 

새해들어 아직 산행을 못했다.

새해 첫 날 찾은 내장산엔 너무 많은 눈이 내려서 오르지를 못했고

이후론 눈이 내리지 않아서 일기가 좋지 않아서 휴일에 뒹굴고 싶어서 핑계아닌 핑계를 대다보니 어느덧 1월의 마지막 주말을 맞았다.

 

지난 며칠동안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렸다지만 우리 동네엔 며칠동안 비도 아니요 눈도 아닌것이 부슬거리다 말았다

그 며칠동안 멀지 않은 곳 중에 확실하게 눈이 내렸을법한 산을 꼽아본다.  내장산은 확실 하겠지만 이번 겨울에만 두 번 다녀왔고,

진안 마이산이나 운장산에도 눈이 내렸을법 하고, 겨울 구봉산은 좀 위험해, 덕유산이나 장안산은 너무 멀고...그래, 대둔산이 있었지!

 

 

 

 

 

 

 

 

오, 반가운 눈이로세!

집에서 대둔산까지 한 시간여 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행여 하는 마음으로 눈덮인 풍경을 기대했건만 그 어디에서도 눈을 볼 수가 없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둔산 주차장에 이르니 거짓말처럼 눈이 쌓여있었다.

 

 

 

 

 

겨울산이 고마운 이유중에 하나,

지난 가을 아낌없이 다 벗어주고도 부끄럼없이 당당하게 속살을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

여름날이나 가을날에 오면 이곳에 서서 동심바위를 온전하게 바라볼 수 없건만 겨울산은 저렇듯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내 보여준다.

  

 

 

 

 

오!

겨울나무가 푸른 창공에 그린 저 그림을 봐!

 

 

 

 

 

바람길...

제아무리 무더운 여름날에도 이곳에 오르면 한 줄기 바람에 줄줄 흐르던 땀이 금세 식어버리고 막혔던 가슴도 한방에 뻥 뚫려버린다.

대둔산에서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곳이다.

 

 

 

 

 

 

 

 

 

 

 

대둔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정상을 목전에 두고 난 항상 정상이 아닌 이곳에 먼저 오른다.

바위에도 눈이 수북이 쌓여있고 바위끝에 서있는 한 그루 소나무도 두툼한 눈옷을 입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소나무 그늘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 보온병에 담아간 설탕커피도 한 잔 마시고

까마귀들의 힘찬 울음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노닥거린 다음에야 정상인 마천대에 올랐다.

 

개척탑이라 명명한 뾰족한 탑이 세워진 대둔산 정상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정상에 오르는건 그곳에 올라야만 비로소 사방이 탁 트이기 때문이다.

 

 

 

 

 

정상에 오르니 발디딜 틈도 없을만큼 많은 등산객들로 북적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제각기 오르는 코스는 다르지만 목표하는 정상은 한 곳이니 왜 아니 그렇겠는가!

그런데 북쪽 스카이라인을 물들인 저 불그스레한 빛깔은 뭐란말인가?

스모그? 윗동네는 흐림? 하늘빛은 분명 파란데? ...

 

 

 

 

 

어제까지만 해도 쌀쌀했던 날씨가 오늘은 확 풀려버려 너무 따뜻했다.

겨울산 정상에서 맛보는 살을 에는듯한 칼바람은 없었지만 발걸음을 뗄때마다 나는 뽀드득 소리가 즐거운 산행이었다.

무자년 새해 첫 산행으로 대둔산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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