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뱀사골의 가을

연이♥ 2007. 11. 4. 23:56

 

지리산 뱀사골의 가을을 만나러 떠난다

 

올 가을 이런저런 일들로 심신이 피곤했을 남편이 가을 지리산이 그립다 한다

 

" 그럼 내가 아주 근사한 소나무 만나게 해줄테니까 꼭 목적지까지 가야돼! "

 

" 알았어! "

 

떠나기전의 약속일랑 지리산에 도착하자마자 까먹어버린 남편은 계곡을 따라 얼마 안가서 주저앉으려 한다

 

" 약속했잖아! "

 

" 지리산 공기 마셨으면 됐지 꼭 소나무를 볼 필요는 없잖아! "

 

" 그래도 안돼, 조금만 가면 되니까 오늘은 꼭 목적지까지 가야해! "

 

그렇게 남편과 아내는 티격태격 실랑이를 벌이며 지리의 가을을 만끽한다

 

 

 

 

 

흐르는 물을 보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

 

지리산의 계곡은 가물어도 늘 물이 많아서 좋다

 

계곡옆 단풍잎들은 곱게 불사른 몸을 가벼이 날려 이미 낙엽으로 쌓여가고 있었지만 만추의 지리산 계곡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 사진 찍으시는 모습이 단풍보다 더 멋진 그림이시네요. "

 

" 후훗! "

 

 

뱀사골 탐방로를 따라 와운 천년송을 만나러 가는길...

 

계곡에서 몇 번을 주저 앉으려 하는 남편을 일으켜 세우고 또 세운끝에 드디어 와운마을에 도착했다

 

가을의 절정에 와운마을 언덕에 우뚝선 천년송

 

지난 여름 처음 만났을때의 그 위풍당당함은 단풍든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층 더 돋보인다

 

 

 

  

 

 

 

 

힘들다고 인상 잔뜩 쓰면서 올라오더니 소나무에 매미처럼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를 않는다

 

" 그리 좋나요? "

 

" 좋다! "

 

좋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오~

 

 

 

 

 

 

 

 

와운마을 천년송에선 솔바람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소나무를 만나러 가는 동안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은 한 자락 바람에 금세 식어버린다

 

솔바람소리에 귀기울이다 천년송의 위풍당당함에 기가 눌려 어떤 모습을 담아야할지 고민을 하다가

 

소나무에 한 번 안겨보다가 다시 그늘아래 앉아 있노라니 남편이 어서 가자며 재촉을 한다

 

뒤따라 가겠노라고 먼저 내려보낸뒤 한참 동안 소나무 주변을 맴돌다 내려오는데 이마에 땀방울을 훔치며 

 

올라오던 등산객 한 분이 소원 빌었느냐고 물으신다

 

" 그냥 소나무 기만 듬뿍 받아갑니다. "

 

 

 

 

 

 

아!

이 지독한 가을이라니!

 

 

 

 

   

 

 

 

 

 

 

 

 

 

돌아오는길,

 

정령치 고개에 올라 지리산을 조망할 것인지

 

실상사의 가을을 느껴볼 것인지 잠시 갈등하다 실상사에 들렀다

 

실상사에도  제대로 가을이 찾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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