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뱀사골의 가을을 만나러 떠난다
올 가을 이런저런 일들로 심신이 피곤했을 남편이 가을 지리산이 그립다 한다
" 그럼 내가 아주 근사한 소나무 만나게 해줄테니까 꼭 목적지까지 가야돼! "
" 알았어! "
떠나기전의 약속일랑 지리산에 도착하자마자 까먹어버린 남편은 계곡을 따라 얼마 안가서 주저앉으려 한다
" 약속했잖아! "
" 지리산 공기 마셨으면 됐지 꼭 소나무를 볼 필요는 없잖아! "
" 그래도 안돼, 조금만 가면 되니까 오늘은 꼭 목적지까지 가야해! "
그렇게 남편과 아내는 티격태격 실랑이를 벌이며 지리의 가을을 만끽한다
흐르는 물을 보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
지리산의 계곡은 가물어도 늘 물이 많아서 좋다
계곡옆 단풍잎들은 곱게 불사른 몸을 가벼이 날려 이미 낙엽으로 쌓여가고 있었지만 만추의 지리산 계곡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 사진 찍으시는 모습이 단풍보다 더 멋진 그림이시네요. "
" 후훗! "
뱀사골 탐방로를 따라 와운 천년송을 만나러 가는길...
계곡에서 몇 번을 주저 앉으려 하는 남편을 일으켜 세우고 또 세운끝에 드디어 와운마을에 도착했다
가을의 절정에 와운마을 언덕에 우뚝선 천년송
지난 여름 처음 만났을때의 그 위풍당당함은 단풍든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층 더 돋보인다
힘들다고 인상 잔뜩 쓰면서 올라오더니 소나무에 매미처럼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를 않는다
" 그리 좋나요? "
" 좋다! "
좋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오~
와운마을 천년송에선 솔바람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소나무를 만나러 가는 동안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은 한 자락 바람에 금세 식어버린다
솔바람소리에 귀기울이다 천년송의 위풍당당함에 기가 눌려 어떤 모습을 담아야할지 고민을 하다가
소나무에 한 번 안겨보다가 다시 그늘아래 앉아 있노라니 남편이 어서 가자며 재촉을 한다
뒤따라 가겠노라고 먼저 내려보낸뒤 한참 동안 소나무 주변을 맴돌다 내려오는데 이마에 땀방울을 훔치며
올라오던 등산객 한 분이 소원 빌었느냐고 물으신다
" 그냥 소나무 기만 듬뿍 받아갑니다. "
아!
이 지독한 가을이라니!
돌아오는길,
정령치 고개에 올라 지리산을 조망할 것인지
실상사의 가을을 느껴볼 것인지 잠시 갈등하다 실상사에 들렀다
실상사에도 제대로 가을이 찾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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