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남매탑에 내려앉은 가을 햇살

연이♥ 2007. 10. 28. 15:54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맞으려는지 아침부터 하늘이 흐리다

지난 여름 지리산 천왕봉 등산 이후 산행을 못해서 그런지 요즘 마구 산이 그립다는 두연이와 함께 길을 떠난다

 

산이 그리운 두연이와는 달리 나는 가을 남매탑이 무척이나 보고싶다

아직 가을 남매탑을 한 번도 만나보질 못했다

오늘은 그렇게 가을날의 오뉘를 만나러 간다

 

계룡산의 하늘도 잔뜩 흐렸다

어느새 수북이 쌓여가는 낙엽 냄새가 알싸하게 풍겨온다

아...가을이 이렇듯 깊어졌구나

 

먼저 산행을 제의한만큼 두연이의 표정이 밝고 발걸음은 경쾌하다

녀석과의 산행은 언제나 불협화음 이었는데 오늘은 모처럼 조화를 이룬다

두연이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는걸 바라보는 내마음이 뿌듯하다

그래, 성적이 좀 떨어졌으면 어떠리, 이렇듯 몸도 마음도 건강한데...

 

거친 숨을 토해내며 산을 오르고 고개를 넘으니 늘 정답게 서있는 남매탑이 보인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 이었는데 남매탑 어깨위로 수줍은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아 있다

 

아...

한참 동안 입을 벌리고 탑을 바라만 보았다

가을 남매탑은 수줍은 햇살을 어깨에 걸치고 탑을 에워싼 나무들이 아낌없이 몸을 사른 노란 단풍으로 단장하고 그곳에 서 있었다

 

 

 

 

 

 

삼불봉에 올라 마치 불이 붙은듯 오색 물감을 뿌려놓은듯 단풍이 절정에 이른 계룡산을 굽어보노라니 가을 갑사에 들르지 않고 돌아서기가 못내 아쉽다

지난 어린이날에 두연이와의 산행때 갑사로 하산했다가 차가 없어 거금을 주고 택시를 탔었는데 그래도 가을 갑사를 포기할수가 없다

 

 

 

 

 

갑사 징크스다!

이래저래 시간을 맞춰보려해도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두연이 한 달 용돈을 떼먹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왔다

그래도 오늘 가을 남매탑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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