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구봉산의 가을

연이♥ 2007. 10. 3. 18:14

 

모처럼 남편과 함께 길을 나선다.

 

구름이 낮게 내려와 잔뜩 흐린 날씨,

나이가 들면서 많이 너그러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여행을 떠나는 설렘에 잔뜩 흐린 날씨는 달갑지 않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오늘의 산행지를 묻는 두연,

구봉산이라는 말에 엄마에게 다짐을 받는다.

 

첫 째, 절대 사진 찍는다고 절벽에 올라서지 말 것!

둘 째, 등산화 끈 꽉 조여맬 것!

 

확실하게 지키겠노라고 약속 하지 않으면 엄마 걱정돼서

집에서 시험공부 못한다길래 도장까지 꾹 찍어주고 나왔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남편을 끈질기게(1시간 동안 ㅎ) 깨워서 나온터라

며칠전부터 함께 산행하기로 굳게 했던 약속은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지 생각했더만

아닌게아니라 구봉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남편은 날더러 먼저 올라가라 한다.

 

훗, '먼저 가라' 그 한 마디면,

남편은 오늘도 주차장에서 죽치고 기다리겠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임을 나는 안다.

 

그래 좋다~ 오늘도 나홀로 산행이다!

 

  

 

구봉산은 등산로 초입부터 거친 호흡을 필요로 한다.

30분 가량 그렇게 가쁜 숨을 토해내며 오르다보면 산 아래

주차장에 써있는 '수줍어 살포시 숨어있는 산'이라는 문구가 무색하리만치

위풍당당한 위용을 뽐내며 그 모습을 보여준다.

 

 

구절초 

 

 

이봉 

 

진안에 있는 구봉산九峰山은 말 그대로 봉우리가 아홉개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아홉개의 봉우리를 넘다보면 봉우리 숫자를 제대로 세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그래서 일봉부터 사진을 찍어가며 올라보기로 하고 처음엔 잘 찍었는데 오봉을 지나면서부터는

 국 헷갈리는 바람에 사진 찍는것도 그만두었다.

 

 

쑥부쟁이 

 

 

 

 

두연이 녀석이 절대로 올라서지 말것을 다짐 받았던 바로 그 절벽~

 하지만, 엄마가 이곳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냥 지나치겠니~

 이 세상에 절대로 안되는건 없는거란다 두연아~ ㅎ

 

 

 

 

 

 

 

바위틈에 저 소나무!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서서 어서 오라는듯

초록의 날개를 쫙 편 저 당당하고 반듯한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구봉산에는 바람 한 점 없이 안개만 자욱하다.

 구봉산에서 멀리 바라보는걸 참 좋아하는데 오늘은 시계가 너무 꽉 막혀버렸다.

 그래! 가까이 있는 소나무나 실컷 보고 내려가자.

 

 

여뀌 

 

 

 

 

마지막 구봉에서 정상인 천황봉 오르는길,

위험하고 힘들고 지루한 코스다.

 

쉬지않고 올라도 0.5km 오르는데 40분이 걸린다.

 

 

옹담 

 

 

 

 

하산길에 바라보는 구봉산의 모습,

 정상에서는 안개에 가려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니

 그나마 안개 살짝 걷어내고 살포시 모습을 드러낸다.

 

 

 고마리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구봉산에는 단풍이 들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올가을에는 일조량이 부족해서인지 단풍이 들려면 아직 멀었다.

 

 

 

 

 

안개 때문에 산정에서 가슴 탁 트이는 눈맛도 없었고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구봉산의 눈부신 자태도 보지 못했지만

 그나마 바위틈에 핀 구절초와 멋진 한 그루 소나무에게서 아쉬운 마음을 충분히 위로 받았다.

 

 

 

 

 

그래도 산 아래는 가을이 주렁주렁 익어가고 있었네^^

 

 

 

'산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뱀사골의 가을  (0) 2007.11.04
남매탑에 내려앉은 가을 햇살  (0) 2007.10.28
우연이와 함께 그리는 지리산 지도  (0) 2007.09.23
계룡산에서 나홀로 떠는 수다  (0) 2007.09.09
비오는날의 수채화  (0) 2007.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