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새해 첫 날에

연이♥ 2008. 1. 1. 17:59

  

◎ 왕궁리에서 새해 첫 일출을 보다

 

 

지난 사흘간의 연휴내내 옴팡지게 내린 첫눈 때문에 지리산에서의 일출을 계획했던 가족여행이 취소되었다.

하지만 내게는 지난 여름부터 남몰래 살짜기 꿈꾸어오던 새해 첫 날 왕궁리에서 일출을 보리라던 꿈을 이루게 되었다.

어젯밤 늦게까지만해도 간간이 눈발이 날리곤 했었는데 새벽에 일어나 창을여니 하늘엔 새벽별이 초롱초롱 맑게 빛나고 있다.

 

 

 

 

 

 

 

 

 

 

 

 

 

 

 

삼부자여, 운수대통 하시라!

 

 

 

 

◎ 우연이와 함께 내장산에 다녀오다

 

 

일출을 보러 나서기전에 부산하게 움직여 꾸린 배낭을 짊어지고 우연이와 둘이서 호남선 열차에 오른다.

그토록 지리산에 가기를 원했던 우연이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줄겸 눈이 많이 내린 내장산엘 함께 가기로 했다.

다행이 눈도 그치고 하늘도 그지없이 파래서 새해 첫 날 환상적인 내장산의 설경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를 잔뜩 안고 기차에 올랐는데

기차가 출발한지 5분도 채 되지않아서 차창밖으로 보이는 하늘빛이 심상치 않음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오, 설마 아직도 정읍엔 눈이 내리는중?'

 

아닌게아니라 끝없는 지평선을 가로질러 첫 번째로 정차한 김제역에 기차가 멈추었을때는 이미 눈이 내리고 있었다.

김제를 지나면서부터는 푸른 하늘에 대한 기대는 아예 저버리기로 하고 산행보다는 우연이와의 여행에 의미를 두는걸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기차여행의 고전적인 별미 삶은계란을 까먹으면서 말이다.

 

정읍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내장산 가는 시내버스가 온다.

새해 첫 날 모든게 순조로운듯해 기분좋게 버스에 올라 앉아 폭설이 내린 정읍 시가지를 바라보니 그야말로 눈폭탄을 맞은듯하다.

거리엔 차량이나 사람들의 통행이 뜸한 반면 상점앞에 수북이 쌓인 눈을 치우느라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만 눈에 띈다.

 

 

 

 

 

 

 

 

 

이곳에 서서 잠시 갈등한다.

폭설로 인해 내장산 입산은 매표소에서부터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었지만

내장사 쪽문인 이곳을 나오면 곧바로 등산로로 이어지다보니 불법산행을 감행하고픈 모험심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 못지않게 모험을 좋아하는 우연이는 한 술 더떠서 그냥 올라가자고 조르기까지 한다.

 

"안되겠다 우연아, 그냥 돌아가자.  길이 제대로 나질 않아서 엄마가 도저히 용기가 안난다..."

 

 

 

겨울 내장사의 큰 볼거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빨간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감나무 아닐까 싶다.

올해도 여지없이 내장사 주변 감나무엔 작고 빨간 감들이 주렁주렁 열려있어 바라보는 이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안타깝게도 내장사 주변 감나무들은 한결같이 커다란 고목들이어서 침만 삼킬뿐 감을 따먹을 수가 없다.

 

  

 

절집 처마에 달린 커다란 고드름을 힘겹게 따낸 우연이가 이때부터 고드름을 계속 들고다니며 어린애마냥 혼잣말로 전투를 하기 시작한다.

  

 

 

어찌나 큰지 이렇게 짊어지고 다닌다.

하지만 저 고드름 덕분에 그림의 떡이 될뻔했던 감을 먹는 행운이 따라주었으니...

 

 

 

 

 

고드름을 깨트려서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향해 집어 던지니 드디어 감이 하나 둘 떨어진다.

물론 감을 따기까지 우연이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있었기에 가능함은 말할것도 없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두 쌍의 부부에게도 감을 하나씩 나누어주니 새해 선물이라며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살짝 얼어서 아삭아삭한 감은 지금껏 내가 먹어본 감중에 그 맛이 최고였다!

 

 

 

 

 

정읍에 있는 동안 잠시도 그치지 않고 눈이 내렸는데 신기하게도 익산역에 내려서 올려다본 하늘은 푸르기 그지없다.

전혀 다른 두 세상을 만나는 행운이 함께한 새해 첫 날이다.

 

 

 

 

 

 

 

 

 

 

 

'산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봄날에...  (0) 2008.04.20
새해 첫 산행  (0) 2008.01.26
화엄사~노고단  (0) 2007.11.11
뱀사골의 가을  (0) 2007.11.04
남매탑에 내려앉은 가을 햇살  (0) 2007.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