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무조건 지리산으로 떠나리라!

연이♥ 2007. 7. 17. 23:52

 

 

'간밤에 비가 얼마나 내렸을까?'

 

아침에 일어나 뒷발코니에 나가 창을 열고 다랭이논을 먼저 바라본다.밤사이 비가 많이 내린날엔 다랭이논 귀퉁이 작은 물꼬를 통해 낮은 곳으로 빠르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콸콸거리며 우렁차게 들려오지만 오늘은 물소리도 들리지 않고 눈으로 봐도 하얀 물줄기가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나보다.

 

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선 빨간 반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할머니가 걷기에 앞서 그네를 타고,신문배달 아저씨가 아파트 관리동옆에 주차를 한 뒤 트렁크에서 몇 장의 신문을 꺼내 1층 현관으로 들어서고,논위를 날다가 야산의 나무 위에 앉았다가 고운 빛깔만큼이나 우아한 자태로 백로 한 쌍이 이른 아침의 고요를 즐기고...매일 아침 거센 비만 내리지 않으면 어김없이 5시 30분 경이면 뒷발코니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비가 부슬거리지만 올려다본 하늘엔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고 있다.'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무조건 지리산으로 떠나는거야...'

 

우연이가 어제 방학을 했다.방학이라고 해야 공휴일인 제헌절과 주말 포함해서 5일,주말이면 우연이가 시간이 없다보니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은 오늘 하루...

 

남들 일할때 쉬고 공휴일이나 명절에도 근무 하는 날이 더 많은 직장에 다니는 남편은 오늘도 출근이다.요즘 아빠 눈치보느라 게임도 맘놓고 못하는 두연이에게는 오늘 같은날 혼자 집에 있으라하면 그야말로 쌍수들어 환영할터,'그래, 넌 오늘 하루 워크를 하건 새로 나온 트랜스 포머를 하건 친구 불러 엑박을 하건 니 맘껏 자유를 한 번 만끽 하려무나! '

 

우연이와 단둘이서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가족과 함께 피서도 못갈 우연이를 위해 엄마와 함께 미리 떠나는 피서인 셈이다.차도 없이 지리산에 간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도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익산에서 기차를 타고 지리산에 가려면 남원이나 구례구 역에서 내려 다시 지리산까지 가는 버스를 갈아타면 되지만 문제는 버스가 바로바로 연결이 안된다. 궁여지책으로 전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검색 했더니 지리산 뱀사골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하루에 몇 차례 있다.

 

버스는 임실,오수,남원,인월을 들러서 5분을 쉬기도 하고 10분을 쉬기도 하면서 아주 느릿느릿 지리산을 향해 달린다.인월을 지나면서 부터는 거의 시내버스나 마찬가지다.  지리산 인근에 사시는 아주머니들이 내려달라면 아무 곳에서나 차를 세워주시는 기사님의 센스가 시간은 지체될망정 보기 좋다.  집을 나선지 네 시간만에 지리산 뱀사골 입구에 도착했다.  자가용을 이용했다면 두 시간  남짓 걸릴테니 꼭 배가 더 걸린셈이다.

 

그런들 어떠하리~내리던 비도 그쳤고 지리산엔 우리 모자를 환영한다는듯 환한 햇살이 쌩긋 미소를 짓고 있는걸~

 

뱀사골도 식후경~산채비빔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 자판기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뱀사골 탐방로를 찾아 들어간다.

 

 

지리산 뱀사골 생태탐방로...오늘 우연이와 내가 다녀온 구간은 반선-제승대로 왕복 11km 구간이다.시간이 좀 더 넉넉했더라면 뱀사골 대피소까지 갔을텐데 돌아오는 버스시간에 맞춰야 했기에경치가 좋다는 제승대 까지만 가보기로 한것이다.

 

 

반선 버스정류장앞 계곡에 핀 원추리... 

 

 

 

 

지리산 뱀사골 전설

 

1300여년전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다.  지금의 실상사보다 100여년이 앞선 절로서 1년에 한 번씩 스님 한 분을 뽑아 칠월백중날  신선바위에서기도드리게 하면 신선이 되어 승천한다 하였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고승이 독약이 묻은 옷을 스님에게입히고  신선바위에 올라 기도드리게 하였는데 그 날 새벽 괴성과 함께 스님은 간곳이 없고 계곡내 용소에는 용이 못된 이무기가 죽어 있었다.   그 후 이 계곡을 뱀이 죽은 골짜기라 하여 뱀사골이라 부르게 되었고 억울하게 죽은 스님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절반의 신선>의 준말로 마을을 반선班仙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흠...이정표에 문제 있음. 자연관찰로로 들어갔다가 헤맸음.  뱀사골대피소 방향으로 가야함.^^; 

 

 

 

자연의 소리 들어보세요...주변은 온통 매미소리로 시끌벅적 한데 귀를 대보니 신기하게도 바람소리가 들린다. 

 

 

 

 

자연 관찰로 이정표를 보고 다리를 건넜는데 길을 걷다보니 어째 좀 이상하다.사전 정보가 충분하지 못했고 생태탐방로도 처음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 어렸을때 뱀사골 계곡에서 몇 번 야영을 했었기에 충분히 익숙한 곳이건만 자꾸만 계곡과는 멀어진다는~게다가 탐방로라 하기엔 길이 너무 좁은것이 길을 잘못 들었음이 분명하다.

 

길이 있어서 따라갔을 뿐인데...ㅠ.ㅠ가다보면 이정표라도 있겠지 뭐...정 안되면 오던길로 되돌아 가면 되는거고...

 

 

 

             

 

 

길을 잘못든 덕분에 우연이는 잠자리를 잡아 꽃속에 들어 있는 꿀을 빨게하고나는 한손에 딸기를 가득 따서 추억을 먹었으니 가끔은 길을 잃어볼만도 하다.^^

 

한참을 가다보니 분명 산을 올랐는데 느닷없이 웬 마을이 보이고 넓은 길도 나온다.도대체 여기가 어딜까 두리번두리번 하다가~~~~~

 

와우~!난 또 다시 외치지 않을 수 없다.

 

지리산에서 심 봤 다 !!! 

 

 

지리산 천년송(천연기념물 424호)

 

이 소나무는 할머니 소나무라고도 부르는데 20여미터 남짓 더 가면 할아버지 소나무가 있다.할머니 소나무는 높이 20m, 가슴둘레 6m, 사방으로 뻗은 가지의 폭은 12m에 달한다. 소나무 앞쪽에는 구름도 누워서 지나간다는 와운臥雲 마을이 있다.와운마을 사람들은 소나무를 수호신으로 믿고서 매년 정월 초사흘에 나무에 제사를 지낸다. 

 

  

 

겉은 까칠까칠 하지만 한없이 부드럽다는 소나무의 속살도 어루만지고 귀를 대고 천년을 끄떡없이 버틴나무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우연이에게 소나무의 기를 듬뿍 받게 하고 싶어 나는 그저 시원한 솔바람 소리만 가슴에 담았다.

 

 

 

                 

 

 

 

 

 

시원한 천년송 그늘 아래서 한참을 머무른뒤에 넓은길을 따라 내려오다보니 처음에 놓친 뱀사골 계곡탐방로가 그곳에 있었다.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와 매미소리에 묻혀 다시 원래의 목적지인 탐방로를 걷기시작했다.

 

 

            

 

 

 

 

 

 

 

탁용소濯龍沼

 

이곳은 뱀이 목욕을 한 후 허물을 벗고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다 이곳 암반위에 떨어져 100여미터나되는 자국이 생겨나고 그 자국위로 흐르는 물줄기가 용이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하여 탁용소라 한다. 

 

 

 

 

 

  

병소甁沼

 

뱀사골 계곡에 있는 명소가운데 오룡대,탁용소,뱀소 등은 용이나 뱀과 관련된 명칭이고,병소,병풍소,제승대,간장소 등은 나름의 의미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병소는 소의 모양이 마치 병같이 생곁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병소 바로 위에는 다리가 놓여 있어 병모양의 길쭉한 소를 제대로 조망하기가 쉽지 않아서 시선을 사로잡은 보랏빛 비비추에게 연이 블로그 출연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노각나무... 사슴처럼 생겼다.^^

 

 

 

 

 

            

 

 

 

 

 

 

 

 

 

제승대祭僧臺

 

송림사 고승인 정진스님이 불자의 애환과 시름을 대신하여 제를 올렸던 곳으로 소원의 영험이 오늘까지 이어져 제승대로 불리어 오고 있다. 

 

 

 올해가 마지막 공휴일이라는 2007년 제헌절...지리산 깊숙한 골짜기에 들어가 몇 시간을 돌아다녔어도 정작 지리산은 보지 못했지만 우연이와의 추억만들기로 가슴 벅찬 하루였다.^^

 

 

 

         

 

 

온갖 이론은 회색빛이며 오직 생명의 나무만이 푸른색이다...<파우스트>

 

 

 

 

 

 

 

 

 

 

'산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오는날의 수채화  (0) 2007.08.12
여름 지리산 스케치  (0) 2007.08.02
내고향의 들꽃...  (0) 2007.07.08
저녁노을  (0) 2007.06.16
무등산  (0) 2007.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