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내고향의 들꽃...

연이♥ 2007. 7. 8. 00:37

  

★ 꿈

 

또 다시 신발꿈이다.

난 왜 신발꿈만 꾸면 예민해질까?

 

그래...

아무리 잊으려해도 잊혀지지 않는 과거의 기억 때문이겠지.

 

돈 잃고 사람 잃고...

그때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는 꿈을 꾸었었지...

이후로는 유독 신발꿈만 꾸면 그때처럼 무슨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된다.

 

어젯밤 꿈엔 신발을 사러 백화점엘 갔는데 백화점이 쉬는 날이라며 문이 닫혀있어 되돌아 왔다.

백화점 문이 닫혔으면 다른 곳에서 사면 될것을 마치 그곳이 아니면 안되는 것처럼 끝내는 신발을 사지 못한 것이다.

 

해몽을 즐기는 나...

그렇다고 꿈 해몽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꿈을 많이 꾸다보니 나름의 통계를 가지고 내멋대로 해몽을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젯밤 꿈은 아직 미처 통계가 나오지 못한 꿈이라는 점.

바로 이점이 놀토인 나의 오늘의 운세를 점칠수 없음에(ㅎ)  답답한 것이다.

 

 

 

★ 내고향

 

어젯밤 늦게 남편이 묻는다.

 

- 내일 쉬냐?

- 응

- 내일 그럼 장수나 갈래?  장수에 가면 좋은 산 있냐?

 

후후,

나의 남편이 내게 가장 선심을 쓸때가 바로 '장수나 갈래?' 아니면 '지리산에나 가자.' 인데

어젯밤 뜬금없이, 그야말로 뜬금없이 혼자놀기에 이골이난 내게 "장수나 갈래?" 하고 물은 것이다.

그것도 그냥 '장수나 갈래?'가 아닌 '장수에 가면 좋은 산 있냐?' 라고 한것은 오로지 주말 하루를

아내를 위해 기꺼이 희생 하겠노라는 뜻 아니겠는가! 

 

하긴,

지난달 초에 두연이랑 무등산 다녀온이래 한 달내내 시내버스 타고 미륵산에만 다녔으니

지금쯤이면 은근히 아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내 눈치보기가 부담스럽기도 할때가 되긴 했다.

 

내고향...

동요 '고향의 봄' 노랫말과 딱 들어맞는 그런 곳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나의 유년의 기억 몇 토막이 흑백 사진처럼 정지된 영상으로 떠오르는 곳...

차를 타고 한 바퀴 둘러보기만 해도 열린 차창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답답하고 울적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곳...

 

해마다 남편의 선심성 제안으로 한 두번씩 다녀오지만 올해는 아직 한 번도 못갔다.

더구나 남편과의 외출 또한 지난 5월에 모악산 산행 이후엔 없었으니 남편의 한 마디를

쌍수 들어 반기지 않을수 없는 나다.

 

그렇게 오늘 남편과 둘이서 고향에 있는 산엘 다녀왔다.

 

 

산행지: 장수 무령고개 - 영취산- 함양 백운산정상(왕복 8.4km)

 

그래도 이때는 하늘이 조금 트였었는데...^^; 

 

그동안 아내 혼자 산에 오르게 하고 늘 주차장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려주던 남편이

오늘은 함께 오르자는 제안에 선선히 응해준다. 

 

차를 타고 가는 두 시간내내 나 혼자 신이나서 수다를 떨었는데 남편과 함께 산에 오를 욕심으로

산에서도 계속 재잘거리며 남편을 지루하지 않게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한 시간도 채우지 못한채

싸리나무 너머로 보이는 백운산 정상을 보더니 어느 세월에 저길 갔다오냐며 기겁을 하고 하산하자고 조른다.

 

결국...

나는 남편을 설득하지 못했고

남편 또한 정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내 고집을 꺾지 못하고 혼자서 하산을 했다.

 

 

싸리나무

 

싸리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면 연기가 나지 않는다.

빨치산들이 산속에 숨어 지낼때 땔감으로 많이 사용했던 나무다.

 

 

      

 

 

백운산 오르는길...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골짜기에 있다보니

처녀림을 방불케할만큼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남편은 정상을 포기하고 하산해 버리고...

오늘따라 산행하는 사람이 나 말고는 아예 없어서 혼자 오르는데

길이라 하기엔 너무나 울창한 조릿대숲이 10분가량 이어진다.

 

산에선 강심장인 나도 오늘 백운산 가는길 조릿대 숲에서 만큼은

잔뜩 긴장하고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정말 혼자서는 두 번 다시 가고싶지 않은 코스다.^^;

 

 

백운산 정상(해발 1,278m) 

 

 

 

아 지리산...

해발 1200고지에서 안개 때문에 지리산 조망이 확보되지 않다니!

두 개의 봉우리 저 건너에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고 장터목이 보이고

토끼봉이 보일터인데 백운산 정상엔 잠자리떼만이 어지러이 날고 있다.

 

백두대간의 꼬리라 할 수 있는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에 있는 백운산 정상은

그야말로 지리와 덕유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하지만!

오늘은 안개가 짙어 앞산 말고는 아무것도 안보인다.ㅠ.ㅠ

 

정상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며 어젯밤 꿈 해몽을 내멋대로 해본다.

백화점 문이 닫혀있어 사지 못한 신발 꿈...

 

신발을 사지 못해 답답하기 그지없었던 꿈속에서의 내맘이 백운산 정상에서의 흐릿한 안개와 같다는...^^

 

 

★ 내고향의 들꽃들...

 

하늘말나리

 

 

 

털중나리

 

나리꽃...

주황색 꽃에 까만 점이 박힌 꽃...

여름철 산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꽃...

 

무심코 본다면 모두 같은 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이름을 가진 꽃답게 꽃 모양이나 잎 모양이 제각각 다르다.

  

아직 내가 산행시 만나보지 못한 나리꽃이 있다면 솔나리다.

올 여름 산행에선 잎은 솔잎처럼 생긱고 다른 나리꽃과는 달리

분홍의 꽃을 피우는 솔나리를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노루오줌

 

까치수영(까치수염)

 

꿀풀(꿀벌이 아닌 말벌이 꿀을 빨고 있어서 사진 한 장 찍고 얼른 도망쳤다.^^)

 

 

엉겅퀴

 

돌양지

 

산에서 만나는 꽃중에 진짜 사진발 안받는 꽃이다.

오늘 처음으로 그나마 조금 맘에드는 사진을 골라 보았다.

 

 

 

★ 하산길

 

올랐던 길을 되돌아오는 산행은 단조로와서 별 재미가 없다.

그렇다고 초행인 백운산에서 하산길을 다른곳으로 잡을수도 없다.

(남편이 나름 애를 썼지만 다른곳으로 차를 옮기기가 쉽지않아 포기했다.)

다른건 몰라도 조릿대 숲만큼은 다시는 혼자 지나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수 없이 되돌아와야 했다.

 

단조로운 하산길...

나는 산에서 꽃과 나무와 바위와 향기로 길을 기억하고 시간의 흐름을 기억한다.

 

이제 막 봉오리를 맺은 비비추...(접사실패)

이제 막 작은 꽃 한 송이를 피운 짚신나물...(접사실패)

오를때 찍었던 단 한 송이 하늘말나리...(찍고 또 찍고)

꽃이 지면서 더 진한빛을 내는구나 싶었던 털중나리...

돌양지 몇 무리...

까치수염 군락...

가지가 유난히 많이 뻗은 소나무 한 그루... 이제 거의 다 왔네...

 

산에 오르면서 보았던 꽃들을 다시 되짚어 나오다보면 어느새 산을 다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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