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주말일기

연이♥ 2016. 7. 3. 17:53

 

 

 

 

★ 통깨

방학이지만 도서관 근로가 잡혀있어 평일엔 시간을 못내고 주말을 맞아 우연군이 집에 내려오겠다고 한다

(얼마전에 혼자서 일본 오사카와 교토 여행을 다녀왔는데 가족들 선물을 준비한 모양이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서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갓 담근 김치를 좋아하는 우연군에게 맛있는 엄마표 밥상을 차려주고 싶어 퇴근길에 바짓가랑이 다 젖어가며 장을 보고,

저녁식사를 마친 뒤에는 배추를 절이고 평소엔 절대 쓰지 않는 마스크를 쓰고서 매운 고추를 다듬어 늦은밤에 김치를 담그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멸치액젓과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김치는 친정부모님표 태양초 덕분에 빛깔도 좋고 간도 잘 맞아 기분좋게 마무리 하려는데..

아, 통깨가 똑 떨어지고 없다

냉동실을 뒤지고 또 뒤져도 볶아놓은 통깨가 한 톨도 없다

주부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여름날에 깨볶는 일이 얼마나 하기 싫은 일인지..

더구나 늦은밤에..

어찌하여 그넘의 통깨는 꼭 무더운 장마철에 떨어지더란 말이냐!

 

 

 

 

결국,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깨를 볶았다

바람 한 점 없이 덥고 습한 날씨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밑반찬 몇 가지 만들고 잔치국수용 양념간장에도 사정없이 통깨를 투척한다

그래, 통깨 너가 갑이다 ㅎㅎ

 

 

 

 

 

★ 강아지

마트 가는길에 있는 나무공방 마당에는 서로 다른 종의 강아지 두 마리가 있다

평소 마트를 오가면서 늘 보는 녀석들이지만 특별히 애정을 갖거나 관심을 가진건 아니었는데

어느날부터 한 녀석이 보이지를 않는다

 

공방앞을 지나칠때 마침 작업중인 공방아저씨를 몇 번 보긴 했지만 차마 강아지 한 마리 어디갔냐고 물을 용기가 없다

공원 입구여서 차들이 많이 다니는 곳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공방 앞은 차가 다니기에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번을 물어볼까말까 망서리다 지나치기만 했는데 얼마전부터 녀석이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새끼를 세 마리나 낳은 어미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세상에서 가장 예쁜걸 손가락으로 꼽으라 한다면 나는 새끼강아지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것이다

아, 정말 예쁘다

퇴근길에, 마트 가는길에 녀석들 꼬물거리는 모습을 보면 입에 함박미소가 지어진다

그런데 그 귀엽디 귀여운 새끼 강아지 한 마리를 누가 데려간 모양이다

벌써 일주일째 팻말이 붙어있다

부디, 엄마의 마음으로 아끼고 보살펴주기를 바랄뿐..

 

 

 

 

 

★ 장미 허브

지난 겨울, 12층에 사는 친구 남편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되었다

지인들에게 한 개씩 나눠주려고 가져가는 길인데 임자가 따로 있다며 내게도 장미허브 포트 하나를 건네준다

일주일에 한 번 물만 주었을 뿐인데 한겨울에도 쑥쑥 잘도 자라기에 봄이 되면서 조금 큰 화분으로 옮겨 심었는데도

어찌나 잘 자라던지 큰 키를 이기지 못하고 덩굴식물처럼 축축 늘어지기에 대궁을 꺾어 좀 더 크고 넓은 두 개의 화분에 꽂아주었다

대궁을 꺾었음에도 몸살 한 번 하지않고 뿌리를 내린 장미허브는 또 다시 매일매일 초록의 꽃잎을 풍성하게 피워내고 있다

어젯밤 친구에게 화분 사진을 찍어 늦은 인사를 전했더니만,

친구집에는 없는 종류의 허브라는 답장이 왔다 ㅎ

 

비내리는 주말,

우연군은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나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이틀 동안 세 편의 프랑스 영화(꼬마 니콜라, 미라클 벨리에, 지붕위의 기병)와 한 편의 일본 영화(해피 플라이트)를 보았다

비의 계절이 어서 끝나고 뭉게구름 두둥실 떠다니는 뜨거운 여름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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