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마지막 강의

연이♥ 2016. 1. 17. 19:12

 

 

 

 네덜란드의 의사이며 작가인 반 에덴의 동화 <어린 요한>의 버섯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갑니다. 산책로 길섶에 버섯 군락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 버섯 중의 하나를 지팡이로 가리키면서 "얘야, 이건 독버섯이야!" 하고 가르쳐 줍니다.

독버섯이라고 지목된 버섯이 충격을 받고 쓰러집니다.

옆에 있던 친구가 그를 위로합니다.

그가 베푼 친절과 우정을 들어 절대로 독버섯이 아님을 역설합니다.

그러나 그에게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자기를 지목하여 독버섯이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위로하다 위로하다 최후로 친구가 하는 말이

"그건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 였습니다.

아마 이 말이 동화의 마지막 구절이라고 기억됩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

'독버섯'은 사람들의 '식탁의 논리'입니다.

버섯을 식용으로 하는 사람들의 논리입니다.

벗섯은 모름지기 '버섯의 이유'로 판단해야 합니다.

'자기의 이유', 이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자부심' 이기도 합니다.

'자기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한 아무리 멀고 힘든 여정이라 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를 줄이면 '자유自由'가 되기 때문입니다.

.....................................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글귀를 소개합니다.

 

언약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신영복 저 『담론』..부제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중에서..

 

 

 

 

 

 

 

주말 아침 잠에서 깨어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열어

뉴스 검색을 하는데 '실검 1위'에 신영복 선생의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대체 무슨 일로 실검 1위까지..'

불현듯 좋지 않은 예감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검색어에 오른 이름을 클릭해보니 밤사이 선생께서 별세 하셨다는 비보였습니다

 

사무실에서 몇 달 동안 만지작거려 책표지가 닳기까지 했지만

아직 채 반도 읽지 않은 책을 이번 주말 동안 읽어야겠다고 맘먹고 챙겨온 내게

선생의 타계소식은 마치 평소 친분이 두터운 지인을 떠나보내는 것 만큼이나

큰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안을 받은 날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함께한 순간들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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