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처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이♥ 2014. 6. 28. 17:22

높은 산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다는 생각이 며칠내내 떠나질 않는다.

지리,남덕유,운장산,무등..

마음은 벌써 여러 산들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남편은 차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써도 된다고 하지만 지난번 과속스캔들도 그렇고,

또 다시 사고라도 난다면 남편은 분명 이때가 기회다 싶어 차를 바꾸려고 들지 모른다.

세 집 살림하기도 빠듯한 마당에 새차 좋아하는 남편이 차를 바꾸겠다고 하면 집을 팔아야 할지도..ㅋ

무엇보다, 나홀로 먼 길은 아직 겁이 난다.

동행을 구해보지만 친구는 일박이일 예정으로 서울에 갔다 하고, 후배는 광주에 간다 그러고, 

며칠전에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선배도 서울에 가야 한단다.

마지막으로 블친인 한소망님께 연락을 해볼까말까 망서리다 결국 산행을 포기하고 말았다.   

 

아쉬움속에 산행을 접고 연꽃 만나러 궁남지 가는길..

시내버스와 기차 그리고 시외버스를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운 여정이지만

내겐 이제 충분히 익숙하고 친근한 길이다.^^

 

 

 

부여터미널에서 내려 가장 먼저 발걸음을 하게 되는 곳..

사진으로만 보던 정림사지탑을 처음 만나던 날의 그 감동과 설렘을 기억한다.

사진으로 볼때는 마냥 준수하고 예쁘게만 보이던 탑이었는데 멀리서부터 담장 너머로 반쯤 그 모습을 드러낸 탑은

생각보다 크고 튼튼하고 웅장해서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나왔었다.

"우와~ 멋지다!"

 

 

남매탑을 만나러 갈때도..

 

왕궁리에 갈때도 나는 여전히 처음 마주하게 되는 그 순간이 너무도 좋다.

 

 

 

탑을 만나고 오늘의 주인공 연꽃 만나러 가는길에 멀리서봐도 눈에 띄는 열매가 있어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담장위로 주렁주렁 열려있는 열매는 놀랍게도 몸값 귀하신 골드키위였다.

키위나무를 직접 본것도 처음인데 가정집 담장너머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리저리 해찰해가며 홀로 여행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다보니 어느새 궁남지에 도착했다.

나의 성급한 꽃바람 때문에 아직 그다지 많은 연꽃이 피지는 않아서 꽃보다 좋아하는 연꽃향기에 취할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쁘고 다양한 연들을 실컷 볼 수 있었다.

 

 

섹시한연

 

하얀연

 

                                                                                     작은연

 

큰연

 

돋보이는연

 

    예쁜연

 

다 떨어진연과 덜 떨어진연

 

수줍은연

 

물속에 빠진연

 

바람에 흔들리는연

 

이런~

쌍연이라는..

 

 

 

 

이별을 한다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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