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엇갈린 순정

연이♥ 2013. 9. 27. 14:33

 

우리집 장금이는 사람이 아닌 네 발 달린 동물들에게는 꼬리를 치지 않는다.

태어난지 두 달만에 입양되어 줄곧 우리 가족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살아서인지

오직 아빠에게는 충성, 엄마에게는 집착, 형아에게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식이다.

(이거 두연이가 절대로 보면 안되는데..)

 

그랬던 장금이가 최근 마음을 연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으니 그이름 꽃님이~

꽃님이는 연한 갈색 털을 지닌 푸들로 새벽 산책길에 도서관에서 이따금 마주치곤 한다.

덩치에 맞게 듬직한 장금이군과 달리 덩치론 장금이 못지않으면서도 어찌나 촐싹대던지

잠시도 가만 있지를 못하는 꽃님이양이다.

 

지금껏 무수한 강아지들이 장금이를 보고 꼬리를 치고 다가와 킁킁 거려도 눈 하나 까딱 안하던 장금이가

지난 여름 처음 꽃님이를 보던날, 글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가는 것이다.

아, 그런데 얄궂게도 이번에는 꽃님이가 장금이한테 관심이 전.혀 없다.

 

꽃님이가 매력만점 장금이를 모르쇠 하는데는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다.

지난 겨울에 동네 산책을 하는데 어디선가 커다란 개가 나타나 다짜고짜 꽃님이를 덥석 물었다 한다.

꽃님이 엄마는 너무 놀라 소리를 쳤지만 꽃님이 등을 문 커다란 개는 좀처럼 꽃님이를 놓아줄 생각을 안하는데

꽃님이는 무서워 울면서도 바닥에 납작 엎으린채로 움직이지 않는 바람에 한참을 잡고 흔들려는 시도를 하던

커다란 개가 결국 포기하고 도망을 쳤다고 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꽃님이는 그 후로 네 발 달린 모든 동물을 보면 무조건 경계태세를 갖춘다고..

에혀..사랑도 다 때가 있는 법이거늘 우리 장금이의 첫 순정을 어이할꼬.

 

오늘은 산책길에 꽃님이도 못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초등학교 운동장 너머로 동트는 하늘이 너무도 아름답다.

 

 

삼성 갤럭시S3 폰카

 

니콘 D700

 

삼성 NX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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