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추석연휴 일기

연이♥ 2013. 9. 22. 17:36

☆ 꼬이다

5일간의 추석연휴 가운데 3일째인 금요일에 우연군과 지리산길 운봉-인월 구간을 걷기로 했다.

비교적 짧은 코스여서 시간에 여유가 있을 듯 싶어 남원 시내에 있는 광한루원 까지도 코스에 넣었다.

 

추석날 밤,

친정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군이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고 오겠다고 해서 내려주었다.

열두 시가 되기전에 들어올것을 약속 받고서..

 

새벽에 일어나 부산을 떨어야 하기에 배낭을 미리 꾸려 놓고 자정 무렵 잠자리에 들었다.

막 잠이 들었을무렵 우연군이 "엄마" 하고 부른다.

- 왔어?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다)

- 큰일났어요. 다리를 접질려서 삔것 같아요. 너무 아파요.

- 뭐라고? (정신이 번쩍 든다)

  많이 아파?

- 네..그래도 지리산길은 갈거예요..

- 다리가 아픈데 어떻게 걸어?

- 일단은 자보고 아침에 상태를 봐서 절뚝거리고라도 갈거예요..

- 그래, 일단 자자..

 

새벽이 올때까지 뒤척이다 일어나 잠시 생각한다.

혼자서라도 길을 나설지..

아니면 예매한 기차표를 취소할지..

모처럼 집에온 아이가 아픈데 종일 집을 비운다는 것도 그렇고,

우연군과 함게 걷기로 한건데 혼자 걷는다는 것도 그렇고 해서 예매한 왕복 기차표를 모두 취소했다.

우연군은 결국 깁스를 한채 어젯밤 용산행 KTX를 타고 돌아갔다.

 

우연군과 함게 지리산길 걸을 생각에 명절 스트레스도 가뿐하게 넘겼는데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더러는 생기더라.

 

 

☆ 다시 꼬이다

토요일 아침,

남편이 일요일에 지원근무를 한다는 표시로 달력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쳐놓은걸 보고

이른 아침부터 친구에게 문자를 넣었다.

 

 

그랬는데 남편의 지원근무가 취소됐다고 한다.

이것도 병이지 싶은데 공휴일에 남편이 집에 있으면 집을 비우는게 마음이 편치 않다.

나의 변덕을 충분히 이해해줄 친구이기에 친구에게 다시 문자를 보내 다음을 기약했다.

 

 

☆ 또 다시 꼬이다

연휴 마지막날..

남편과 함께 장금이를 데리고 섬진강길 드라이브를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지난해 여름 우연군과 걸었던 김용택 시인 생가가 있는 진뫼마을을 생각하고 나선 길이었는데

네비검색어에 섬진강길과 관련된 단어가 좀처럼 검색이 안돼 일단 강진 버스터미널에 맞춰 출발했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수다스런 네비양의 안내 멘트를 미처 못듣고 출구를 지나치는 바람에 한참을 헤맨 끝에 

강진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생각 같아선 그곳에서부터는 순창방면으로 방향만 잡으면 쉽게 진뫼마을 입구를 찾을줄 알았는데

지난 여름 초행길인데다 버스를 타고 지나치던 길이어서 눈대중으로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 또 한참을 헤맸다.

어찌어찌 겨우겨우 구담마을까지 한 시간이면 갈 거리를 두 시간 넘게 걸려서 도착했다.

그곳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사과 한 개를 깎아서 먹었는데 남편이 사과 먹은게 목에 걸렸다 한다.

산골 마을엔 가게 하나도 없고 한참을 그곳에서 고생을 하다 목적지인 장구목을 바로 곁에 두고 다시 되돌아 집으로 왔다.

 

닷새간의 연휴가 이렇게 속절없이 지나갔다.

 

구담마을에서 바라본 섬진강..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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