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가산 개암사
한여름날의 개암사를 압도하는건 자지러질듯 울어대는 매미소리도,
대웅전 너머로 우뚝 솟은 울금바위도 아닌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 한 점에도 흔들리는 분홍의 배롱나무꽃이었다.
M방송사에서 외국인 템플스테이 과정을 촬영하느라 스텝들이 마당 곳곳을 분주히 뛰어다닌다.
행여, 방해가 될까봐 사진 몇 장 찍고 슬그머니 뒤꼍으로 빠져나와 울금바위가 있는 산으로 향했다.
개암사에 몇 차례 다녀간적은 있지만 산행은 이번이 처음인데,
시야가 트이지 않은 능선길을 땀 줄줄 쏟으며 두 시간 가량 걸었다.
입소문이 자자한 바지락죽 집에서 무진장 오래도록 기다린끝에
뽕잎바지락죽 한 그릇을 배불리 먹은 다음 부안댐과 가족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햇살은 살을 콕콕 찌를듯이 따가웠지만 내변산의 아기자기한 풍경과 시원한 바람이 있어 더위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뭍이 되어버린 바다 새만금..
저 황량한 벌판의 미래모습이 궁금하다.
바람도 하늘도 태양도 제대로 멋스러운 여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