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피서지 풍경스케치

연이♥ 2012. 8. 8. 18:44

요즘 캠핑이 다시 뜨는 추세이다보니 올여름 피서는 야영을 해보자는 남편의 제안으로 텐트를 챙겨 피서를 떠난다.

그것도 월요일 아침 출발로 알고서 장보기도 안했는데 일요일 아침 퇴근 하자마자 당장 출발할테니 준비를 하라고 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피서지에서 음식을 사먹는 일이 거의 없었던지라 보따리 꾸리기의 달인이 되다시피 한 나지만 그래도

며칠을 집밖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전날 밤에 전화라도 미리 해줬더라면 좋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충분한 준비도 없이 무작정 떠난 3박4일간의 피서...

십여년만에 바깥공기를 쏘인 텐트를 제대로 칠줄 몰라서 모양새가 좀 우습긴 했지만

나이든 텐트 덕분에 내 생애 가장 저렴한 피서를 하고 왔다.

 

 

★ 첫째날, 지리산 문수계곡

피서지에서의 달콤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

오른쪽 바위옆 나무아래 평상을 2만원에 대여해 텐트를 쳤다.

 

계곡의 물소리 우렁차고 달빛은 밝고 밤하늘 별은 쏟아질듯 찬란한데...

오랜만의 야영이다보니 쉬 잠이들지 않는다. 

 

밤새 뒤척이다보니 어느새 동이 터온다.

 

 

새벽에 일어나 장금이 데리고 동네 한 바퀴~

 

 

★ 둘째날, 장수 방화동계곡

아빠와 장금이의 수영시합, 장금이 승~! 

 

오랜만에 야영을 하다보니 텐트 칠줄을 몰라 거의 움막처럼...ㅎ

내년에도 이런식으로 칠거면 야영은 사양하겠노라고 했다.

계곡 바로 옆에 펜션이 있는 이곳은 펜션에서 관리하는 곳으로 평상 2만원, 야영비 1만원을(주말에는 2만원) 받는다.

화장실과 샤워시설,지하수 등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지리산 계곡보다 물이 더 차가웠다.

 

새벽 산책길에...

 

 

★ 셋째날, 무주 칠연계곡

 

칠연계곡 용추폭포 옆에 정자와 벤치, 화장실 등이 있는데 그곳에 텐트를 쳤다.(완전공짜ㅋ)

낮동안에는 폭포위 계곡에서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해질무렵 모두 돌아가고

장수 방화동계곡에서와 마찬가지로 야영은 우리만 했다.

 

셋째날 야영지를 무주 칠연계곡으로 선택한건 속내가 따로 있었기 때문.

어떻게든 올여름에 천상의 화원 덕유평전의 바람을 맞아보리라 벼르고벼르던 터였다.

다행이 남편도 기꺼이 아내의 그리움을 위하여 텐트를 친 후에는 무주리조트까지 태워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하.여 지난번 우연군과의 덕유산 종주 이후 줄곧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덕유의 품에 다시 안길 수 있었다.

 

* 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봉-동엽령-칠연폭포-안성탐방지원센터-용추폭포(총 거리 11km정도, 산행소요시간 4시간)  

 

동자승의 전설이 담긴꽃, 동자꽃(산행내내 가장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꽃)

 

나리꽃은 그 종류가 참으로 많지만 이번 산행에서는 오.로.지 하늘말나리꽃만 만났다.

이 또한 동자꽃 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피어 있었다.

아쉽게도 분홍빛깔의 솔나리꽃은 이번 산행에서도 못만났다.

 

 

 

어수리

 

참취

 

주로 바위틈에 피는 산오이풀

 

향적봉 오르는길에 모싯대 단체사진ㅋ

 

덕유산의 또 다른 볼거리 고사목과 야생화의 어울림~

 

오, 이런~

여름날의 덕유평전에 그토록 가고 싶었던 그리움의 대상이 바로 원추리였건만 올여름 비가 자주 내리지 않아서일까?

덕유산의 원추리가 벌.써 모두 지고 없다.ㅠ

 

꿩대신 닭이라 하기엔 조금 미안하지만 잎과 씨방만이 남아있는 원추리 사이에 피어난 일월비비추

 

멀리 흩어진 구름사이로 남덕유산이 보이고...

아, 덕유산의 바람 정말정말 시원했다.

 

비비추도 참 예뻐~ㅎ

 

 

호~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백암봉 비탈에서였나?

덕유산 야생화의 지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원추리와 드디어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

 

아이고, 사진으로 다시 봐도 이쁘다.ㅋ

 

아쉬움에 간간이 뒤돌아보며...

 

 

늦은 오후여서 칠연폭포에 도착했을 무렵엔 빛이 없는데다 오랜 가뭄으로 우렁찬 폭포수 소리도 나지 않았다.

칠연폭포는 금강산의 상팔담과 견주기엔 다소 빈약하지만 일곱개의 소와 폭포가 계속 이어져 있어 비가 내린 후라면 장관일 듯 싶다.

어쨌거나 폭포수에서 뿜어낸 음이온 효과로 폭포에 다녀온 후로 산위에서 당차게(ㅎ) 넘어지면서 도망갔던 기운이 다시 살아났다.

 

나홀로 산행을 하는 동안 남편은 계곡에서 장금이 데리고 놀다가 줄곧 술타령만 했던 모양이다.

텐트안에 빈 백주병이 여섯 병이나 뒹굴고 있다.(병맥주 세 병, 캔맥주 세 병)

 

무주에서는 남은 식재료라곤 감자 몇개와 김치, 쌀밖에 없어 저녁식사는 근처 음식점에서 빠가매운탕을 배달시켜 먹었다.

배달은 안된다는 주인에게 강아지 때문에 식당에 직접 갈 수 없어 그러노라고 사정사정 해서 겨우 배달을 시켜 정자에서 먹었다.

매운탕이 먹고 싶었던지 남편은 밥을 세 공기나 비운다. 

 

마지막 넷째날 아침,

전날 먹다 남은 매운탕에 된장을 조금 풀고 물을 부어 재탕을 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자고 일어나 아침밥을 먹기 바쁘게 짐을 꾸리던 습관이 있다보니 아침 8시에 집으로 출발~

나흘만에 집에 돌아오니 며칠 새에 더위가 한 풀 꺾인 모양이다.

바람이 제법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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