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1박2일 덕유산 종주

연이♥ 2012. 6. 17. 13:08

우연군과 함께 1박2일 덕유산 종주를 했다.

본래 계획은 지리산 천왕봉 일출산행을 하려고 했지만 대피소 예약이 10초만에 끝나는 바람에 예약을 하지 못해 덕유산 종주를 하게 되었다.

지리산밖에 모르는 우연군의 실망이 크다보니 덕유산도 지리산 못지않게 장엄하고 멋진 산이라고,우리나라에 산이 지리산밖에 없는줄 아냐고,

한라산,지리산,설악산에 이어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대피소 예약도 마지막 남은 두 자리 겨우 했노라고 설득한 끝에...  

 

 

2012.6.15.

일주일전부터 계속 산행 당일의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다행이 떠나는 날 아침까지 비예보는 없었다.

하지만 무주리조트에 도착해 덕유산을 올려다보니 안개가 짙다.

설천봉을 오르는 곤도라 매표소 창문에는 '금일(6월15일) 설천봉,향적봉 기상악화(안개,바람)'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곤도라를 타고 향적봉 정상에 오르려는 관광객들에게 안개와 바람이 심해서 아무것도 안보이고 추우니까 신중하게 생각해서 

매표를 하라는 안내문인 것이다.

 

사실 제대로된 덕유산 종주산행을 하려면 구천동 계곡에서부터 걸어서 향적봉에 올라야 하지만 

이번 덕유산 종주는 힘든 산행보다는 덕유의 넉넉한 품안에 들어 쉬엄쉬엄 걷는쪽으로 택했기 때문에

연이 모자에게는 '기상악화'에도 불구하고 곤도라를 운행한다는게 더 중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짙은 안개와 거센 바람은 이번 산행을 위해 보름전부터

준비를 하고 보름동안 설레고 들떠있던 마음을 한 순간에 무겁게 짓누르고 만다.

곤도라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갈수록 안개는 점점 더 짙어지고 간혹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한다.ㅠ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얼굴엔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팔에는 쿨토시를 차고 나섰건만,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의 기온은 영상 10도정도여서 대피소에서 잘때 입으려고 준비한 긴소매 셔츠와 바람막이 점퍼를 모두 꺼내 입어야했다.

향적봉에 부는 바람이 너무도 거세어서 몸을 제대로 가눌수조차 없다.

겨우겨우 뒷모습이나마 인증샷 한 방 찍고 서둘러 길을 떠난다.

 

 

한 폭의 수묵화라 해야할지 수채화라 해야할지...

 

바람을 피해 선채로 점심식사를 했다.

연이표 참치볶음 삼각김밥 두 개씩...^^

 

 

덕유평전의 바람에 풀들은 일제히 눕고,

연이모자는 모자가 날아갈까봐 꼭 붙들고...ㅎ

 

 

 짙은 안개와 거센 바람때문에 앞만 보고 걷는 길이지만 드넓은 덕유평전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큰쥐손이풀과 미나리아재비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배낭이 좁아 따로 들고간 아이스백 속에는 고단한 산행을 위로해줄 우리들의 소박한 저녁만찬 재료들이 들어있다.

캔맥주 두 개, 소주 한 병, 고추장불고기,김치 같은...

 

 

향적봉을 떠난지 두 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동엽령 고갯길에서 처음으로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그들은 고갯길에서 안성매표소 방면으로 하산하는 사람들이었다.

 

고갯길을 지나면서부터는 가늘게 내리던 안개비가 제법 굵은 빗방울이 되어 내린다.

안개와 바람을 앞세운 구름이 끝내는 덕유산을 넘지 못하고 비가 되어 내린다.ㅠ

 

전날밤에 배낭을 꾸리면서 혹시 빠트린건 없나 꼼꼼하게 점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에 들고보니 소중한 세 가지를 빠트렸다.

핸드폰,과일보따리,비옷... 우연군 비옷은 이번 산행을 위해 거금을 주고 새로 구입한 것이다.ㅠ.ㅠ

 

혹시모를 기상변화에 대비해 챙겼던 비옷을 두고오는 바람에 우리 모자는 영락없이 물에빠진 생쥐꼴이 되어야했다.

설상가상으로 우연군 중학교 3학년때 지리산 천왕봉에 가려고 저렴하게 구입했던 등산화가(몇 번 신지는 않았지만 오래되긴 했다)

비를 맞자 밑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ㅠ.ㅠ.ㅠ

 

 

여름이면 노란 원추리꽃이 만발해 천상의 화원을 이루는곳 무룡산...

이곳 무룡산을 내려올때는 거의 공포에 가까울만큼 비바람이 무섭게 몰아쳤다.

바람소리 또한 여느 바람소리와는 다른 소리여서 정말 무서웠다.

그나마 위로가 된건 이제 대피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피소에 도착했지만 여벌의 옷이 없어 비에 젖은 옷을 입은채로 말려야했다.

그나마 우연군에게는 국립공원 직원이 갈아입을 옷을 한 벌 챙겨주셔서 갈아입을 수 있었다.

고단한 산행후의 행복한 만찬을 위해 고생을 감수하면서 따로이 챙겨온 아이스백속의 차가운 맥주는

오히려 추위를 가중시켜 밥을 먹으면서도 덜덜 떨어야 했다.ㅋ

 

밤이되면서 비바람은 더욱 거세졌지만 대피소안은 천국과도 같은 아늑함을 제공해준다.

밤 아홉시에 소등이 되고 낯선남자들이(ㅎ) 다양하게 내는 코고는 소리를 자장가삼아 잠자리에 든다.

나뿐만이 아닌 그날밤 삿갓골재대피소에 든 모든 산객들의 간절한 염원이었을 부.디 내일아침엔

비그친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새벽 다섯 시,

걱정반 기대반으로 조심스레 대피소 출입문을 연다.

오, 밤새 비가 그치고 하늘엔 조각달이 떠 있고 어제는 볼 수 없었던 산자락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맑게 개인 날씨덕분에 몸과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진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오전 6시 15분쯤에 남덕유산을 향해 대피소를 떠났다.

어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맑고 깨끗한 아침햇살아래 더욱 빛나는 초록의 나무와 풀꽃들이 너무도 반갑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1박2일 덕유산 종주의 최종 목적지인 남덕유산이 보이고,

 

 

 

산 아래로는 드넓은 구름바다가 펼쳐져 있다.

저리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려고 어제는 그토록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던가 보다.

황홀하다.

 

 

남덕유산 정상 오르는길...

오랜만의 산행이다보니 우연군이 많이 지쳐보인다.

 

남덕유산 정상에 서면 지리산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인다.

오른쪽 노고단에서부터 왼쪽 천왕봉까지 동서로 일직선을 이룬 지리산 주 능선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상의 포인트다.

 

지리산 천왕봉을 배경으로 한 컷 찍어주시고~

 

서쪽방향으로는 멀리 마이산이 보이고,

 

북쪽방향은 전날부터 우리가 걸어온 향적봉에서 이곳 남덕유산까지 이어지는 덕유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아직 동쪽에 머물고 있는 햇살아래 펼쳐진 운해가 장관이다.

 

 

 

 

새벽에 대피소에서 출발할때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길을 함께한 전주에 사신다는 두 분처럼 우리도

백두대간 종주코스인 서봉에서 할미봉을 거쳐 육십령재로 하산할 예정이었으나 밑창이 떨어진 등산화 때문에

걸음걸이가 불편한 우연군에게는 아무래도 무리일 듯 싶어 남덕유산에서 영각매표소로 하산하기로 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 다양하게 펼쳐지는 구름 퍼포먼스를 감상하면서...^^

 

아무래도 덕유산은 7월에 다시 한 번 가야할 듯 싶다.

아직 피지 않은 덕유평전의 원추리가 벌써부터 나를 강렬하게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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