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변산 마실길 걷기

연이♥ 2012. 5. 25. 15:41

 

 

주말을 맞아 우연군과 함께 변산 마실길 걷기에 나서본다. 

전날엔 그리도 높고 푸르던 하늘이 잔뜩 찡그린채 낮게 내려와 있어 길 떠나는자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그래도 떠나본다.

사랑하는 우연군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고 날이 궂어도 상관없다.

 

 

 

오월의 숲은 마냥 향기롭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시들해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찔레꽃 향기가 산에들에 가득하다.

 

어릴적에는 찔레꽃나무 대궁을 많이도 꺾어 먹었었다.

아직 가시가 여물지 않은 대궁을 꺾어 우연군에게도 먹어보라 했더니 맛있다고 한다.

참말로 맛있어서 맛있다고 한건지 엄마의 소녀같은 감성에 장단을 맞추느라 그리 말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먹어본 찔레꽃나무 대궁은 알싸하면서도 달콤한게 정말 맛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인 변산 마실길은 새만금 방조제에서부터 시작해 구간별로 코스가 있는데

일부 내륙 코스 몇 곳을 제외하면 어느 코스를 선택해도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아름다운 길이다.

 

길을 걷다보면 소라껍질로 만든 쭈꾸미잡이용 도구들이 길가에 쌓여 있고,

헤진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무슨 구경거리라도 되는양 사진을 찍는건 예의가 아니지 싶어 카메라에 담지는 않았지만.) 

 

 

 

 

 

군데군데 기암괴석과 바다 그리고 산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러다가 야트막한 산을 하나 넘으면 생선 비린내가 진하게 풍겨오는 항구가 나오기도 한다.

 

 

 

소박한 이정표를 따라 걷고,

파도소리 들으며 걷는 산길은 제주의 올레길 부럽지 않다.

 

 

 

해가 지려면 아직 멀었지만 일몰명소인 솔섬을 바라보며 잠시 쉼을 하고,

찔레꽃보다 더 진한 향기와 더 사나운 가시를 지닌 해당화 고운 자태에 마음을 빼앗겨 또 잠시 쉬어간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산을 오를때처럼 정상이라는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걷다가 다리 아프고 배고프니 동행과 뜻을 모아 그만 걷기로 한다.

택시를 타고 처음 출발지점인 격포항으로 되돌아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왔다.

 

 

 

우리끼리만 좋은 곳에 다녀왔음이 괜시리 미안스러워 떡을 듬뿍 넣은 오리주물럭으로 저녁상을 차렸다.

얼마전에 두연군의 집나간 입맛 되찾아준 일등공신이기에 올봄에 유독 자주 밥상에 오르는 오리주물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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