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진안 고원마실길 걷기

연이♥ 2012. 5. 28. 16:21

 

아름다운 오월에 맞은 3일간의 황금연휴를 특별한 계획없이 보내기로 한다.

내게는 연휴지만 남편은 3일 가운데 이틀은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연휴 첫날은 남편도 쉬는 날이어서 진안 고원마실길을 걷기로 했다.

이달초에 바꾼 남편의 새 차 고속주행 성능 테스트도 할겸.ㅎ

 

 

익산-장수 고속도로 진안휴게소에서...

 

내고향 장수를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가는 곳이 진안이다.

그래서 진안은 내겐 거의 고향과도 같은 친근감이 드는 곳이다.

'진안 고원마실길'은 진안의 평균 해발고도가 300미터가 넘는 고원지대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진안 고원길의 첫번째 코스인 '고개너머 백운길'은

울창한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곳에 지은 '영모정' 에서부터 시작한다.

'영모정'은 조선후기 효자 신의연(愼義蓮)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정자로

지붕에 기와가 아닌 납작한 판돌을  얹어서 지었는데 그 모양이 독특하다.

 

 

 

한동안 가물었음에도 계곡에는 수량이 적지 않은데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 또한 시원하다.

널따란 바위에 앉아 잠시 쉼을 하던 남편은 신선이 부럽지 않노라며 고원길은 둘이서(장금이랑 나) 다녀오라 한다.

 

저 숲의 신선한 바람과 이 길에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사이에서

남편은 저 숲에서의 신선놀음을, 나는 이 작열하는 태양에 온몸을 내맡기기로 한다.

 

 

인삼과 홍삼의 고장 진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삼밭 풍경이다.

인삼밭 너머 산비탈엔 하얀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진안 고원길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음인지 길을 걷는 동안 마주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고요한 숲길을 홀로 걷노라니 살짝 무섬증이 들기도 했는데 고원길 이정표에 낫이 하나 꽂혀 있는게 아닌가.

섬뜩한 생각에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숲에서 까투리 한마리가 푸드덕 거리며 날아가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엄마야~' 비명을 질렀으니 숲속 주인인 새들은 또 얼마나 놀랬을지...ㅠ

 

 

장금이는 더운 날씨에 힘들었음인지 카메라만 꺼내들면 이때다 싶어 주저앉아 쉼을 한다.

 

 

 

뱀이라도 나올까, 멧돼지라도 튀어나올까 걱정하며 숲길이 어서 끝나기를 바라는순간 반갑게도 

정말로 숲길이 끝나고 탁 트인 풍경과 마주한다.

 

 

감자밭에는 감자꽃이 활짝 피었고,

 

 

밀 수확을 마친 듯한 밭은 또 다른 작물 재배를 위해 붉은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다.

 

 

저 고개 넘어가면 흰구름 둥실 떠다니는 백운마을길이 나오겠지만

초행길을 홀로 걷는 부담과 더위에 힘겨워하는 장금이도 부담스러워 이쯤에서 되돌아가기로 결정.

 

 

계곡에서 스마트폰 들여다보며 신선놀음 하는 남편을 큰 소리로 불러내어

이번에는 차를 타고 '고개너머 백운길'에 가보기로 한다.

 

 

 

 

 

 

이곳 백운마을의 아기자기한 간판들은 제법 유명세를 타서 티비에서도 몇번 본적이 있다.

 

 

 

 

 

초여름날의 해는 길고,

진안 고원의 햇살과 바람은 맑고 향기롭고,

집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으니 이리저리 구경도 하고 계곡물에 발 담그고 장금이는 목욕도 하고 참으로 좋구나 좋아!

 

'산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박2일 덕유산 종주  (0) 2012.06.17
구봉산에서 몸풀기  (0) 2012.06.10
변산 마실길 걷기  (0) 2012.05.25
우리동네 여름둘레길   (0) 2012.04.28
군산 구불길 맛보기  (0) 201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