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강을 따라 걷는 섬진강길...

연이♥ 2012. 7. 8. 17:24

 

 ◎ 섬진강길 걷기(2012.7.7)

 

  * 교통편 : 익산-전주(직행 30분), 전주- 임실 강진(직행 1시간) , 순창행 완행버스 타고 10분쯤 가다가 장산마을 입구에서 내림

                (장산마을 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하루 두 차례 있는데 시간이 맞질 않아 입구에서 내려 걸어감(마을까지 1.8km정도) )

 

* 걸어간길: 임실군 덕치면 장산마을 입구에서부터 걷기 시작해 김용택시인 고향마을인 장산마을을 지나 천담마을,

                구담마을까지 한 코스 찍고(10.5km 정도), 다시 강을 건너 순창군 동계면 장구목을 지나 거북(장수)마을까지(5.5km정도) 

                걷는데 점심식사와 낮잠(30분 정도) 포함하여 여섯 시간 정도 소요됨. 

 

* 내가 알고 있는 섬진강 :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임실-순창-곡성-구례-하동과 광양을 거쳐 남해로 흘러든다.

                                  따라서 임실과 순창 지역의 섬진강은 상류에 속한다.

 

                

강 건너에 월파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전날 많은 비가 내려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건너지 못했다.

 

이곳 역시 징검다리는 물에 잠기고 바로 옆에 있는 잠수교(?)는 아직 잠기지 않았지만 강을 건너지 않고 그냥 걷기로...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의 고향마을인 장산(진뫼)마을을 지나면서 아직 모친이 살고 계시다는 시인의 고향집을 찾아 두리번 거렸지만

특별한 표시가 되어 있는게 아니어서 찾지 못한채 그냥 지나쳤다. 아쉬움에 멀리서나마 뒤돌아서 사진 한 장 남겨본다.

 

아침에 집을 나설때는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하늘이었는데 임실에 도착했을때는 아침까지도 비가 내린 듯 도로가 젖어 있고

하늘엔 구름이 낮게 내려와 있었다.  강을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었을 즈음부터 하늘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고 태양은 뜨겁게 어깨를 감싸준다.

 

이번 섬진강길 걷기를 계획하면서 교통편과 코스 등의 정보검색을 많이 해봤지만 대부분의 정보가 그다지 신통치가 않았다.

전국에 부는 걷기열풍으로 대부분의 지자체마다 걷기코스가 없는 곳이 없다보니 아직 섬진강길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까닭인것 같다.

섬진강변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는 광양까지 자전거 종주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자전거 마니아들에겐 아.주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길을 걷는 동안 단 한 명의 자전거 하이커를 만났을 뿐이지만)

  

구불구불 강을 따라 걷는 길엔 곳곳에 김용택 시인의 시가 새겨진 조형물이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를 낭독하다보면 누구나 시인이 되어 주변 풍경이 특별하게 다가온다.ㅋ

 

강과 파란 하늘과 소나무 그리고 길가는 나그네...

완벽한 구도에 2% 부족한게 있다면 전날에 많은 비가 내려 강물이 맑지 못하다는 점~

 

 

여름 섬진강길 걷기는 온몸으로 뜨거운 태양을 끌어안을 각오를 해야 한다.

연이모자는 그마저도 충분히 좋았더라는...ㅎ

 

이곳 이정표 근처에 정자가 하나 있었는데 아저씨 몇 분이 정자 한가운데서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우리에게도 잠시 그늘과 휴식이 필요했지만 그냥 지나쳐 조금 더 걸어보기로 한다.

  

고기 구워먹는 아저씨들을 원망하며 쉼터 한 곳을 그냥 지나쳐 1km쯤 더 걸었더니 이렇게 멋진 쉼터가 나온다.

이곳은 천담마을로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자그마한 가게도 있다.

 

이곳에서 점심으로 준비해간 주먹밥을 먹고 전날 휴가 나온 친구와 새벽까지 과음을 한 우연군은 달콤한 오수를 즐긴다.

나 또한 우연군처럼 눕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교양 있는 여인네로서 차마 그리 하지는 못하고 음악을 들으며 맑은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좋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우연군 자는 동안 동네 구경도 하고 이렇게 셀카질도 하고... ㅋ

 

우연군을 깨워 다시 길을 걷는다.

작열하는 태양, 맑고 싱그런 바람, 두둥실 흰구름 떠다니는 하늘...

아.름.답.다.

 

오랜 가뭄으로 때늦은 모내기를 한 모양이다.

이정도면 모내기한지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임실군의 섬진강길 종착지점인 구담마을이 가까워지고 있다.

 

불어난 강물을 거스르며 부부가 투망을 던져 고기를 잡고 있다.

 

 

구담마을에서 바라보는 섬진강...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라고 하는데 영화를 보지 못했다.

이곳에도 섬진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정자가 있는데 다음 모카페에서 정모를 하는 모양이다.

두 개의 정자를 모두 차지한것도 모자라서 간이 테이블과 의자까지 즐비하게 늘어놓고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음악까지 크게 틀어놓고서...ㅠ

 

이번 섬진강길 최종 목적지를 장구목으로 잡았는데 구담마을에서 코스가 끝나버리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다.

역시 정보가 부족했다.

 

그렇다고 그 먼 길을 다시 되돌아갈수도 없고 기묘한 바위가 많은 장구목에도 꼭 가야겠고 해서

마을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보려고 온 동네를 돌아다녀도 개짖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그저, 강을 바라보면서 잠시 생각하다 일단 강을 건너보기로 했다. 

 

구담마을에서 강을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가 있었지만 그곳 역시 물에 잠겨 이곳으로 돌아 강을 건넜다.

내 생각이 맞다면 강을 건너면 순창군이고 다시 강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새로운 이정표가 분.명 나올것이다.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군말없이 따라주는 우연군이 고맙다.

   

강을 건너고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온 능소화 꽃탑...

 

강을 건너고 인적 없는 마을 하나를 지나고 배밭을 지나자 멀리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장구목에 있는 다리가 보인다.

그러니까 장구목은 순창군 쪽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섬진강길 종착점 이었던 것이다.

구담마을과 장구목이 거리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있지만 코스가 완전히 다른데다

임실군과 순창군이 서로 다른 행정구역이다보니 상대 지역 코스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던 것.

 

장구목은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강바닥에 널려있는데 그가운데서도 요강바위가 유명하다.

한때는 도난을 당했다가 다시 되찾아 제자릴 찾았다고 한다.

이곳에도 강물이 불어나 요강바위까지 직접 접근은 못하고 등산화 벗고 맨발로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게 이정도다.

사실, 이곳 강바닥은 대부분 바위로 채워져 있을텐데 물이 탁하다보니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가까이 갈수가 없었다.

 

 

장구목산장 쥔장께 거북마을까지는 얼마나 가야하냐고 물으니 4.3km라고 알려주신다.

그곳에 가면 버스가 있냐고 했더니 하루에 대여섯 차례 정도 다닌다고 한다.

어차피 장구목까지 들어오는 버스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부.디 막차가 떠나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이 바위의 이름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새로 하나 지었다.

멧돼지 바위 라고.

눈도 달렸다...ㅋ

 

한참을 걷다가 강을 벗어나 거북마을을 찾기로 했다.

마을 입구에 당간지주 같은게 보이는 이곳에서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라 우리모자 잠시 멘붕상태가 되었다.

 

우연군은 스마트폰 GPS로 현재위치를 열심히 탐색하고 나는 근처에 세워진 섬진강 지도를 다시 살펴보다

지도 옆에 자그마한 돌덩이를 하나 발견하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곳이 바로 우리가 찾던 거북(장수)마을 입구였던 것이다.

이 거북바위는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지켜주는 영물로 거북의 꼬리가 마을쪽으로 있어 마을 이름이 구미리다.

이곳 구미리는 순창군에서도 최고의 명당자리로 꼽히는 마을이라고 한다.

 

전설이 살아있는 마을 구미리(거북마을)에 도착하니 마을 입구 정자에 어르신들이 몇 분 앉아 계신다.

길을 걸으면서 지나치는 마을마다 거의 인적이 없이 고요하기만 했는데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을 만나니 반갑기가 그지없다.

어르신들께 마을에서 순창이나 임실 가는 버스 탈 수 있냐고 여쭈었더니 4시 40분경에 강진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버스시간 까지 20분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마을구경을 좀 하고 오겠다고 했더니 어르신들 중 한 분이 이곳 마을에

보물이 두 개 있는데 홍패와 백패로 조선시대 과거에 급제했을때 받는 증서라고 한다.

거북마을은 남원양씨 일가마을로 600년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한다.

마을사람 대부분이 친척들인 셈이다.

 

장수마을로 이름이 났던데 백살 넘은 어르신이 몇 분이나 되냐고 물었더니

백 살 넘은 분은 안계시고 올해로 딱 백 살 드신 분이 한 분 계신다고 한다.

 

 

과거에 급제해 홍패를 가지고 금의환향 하여 부모님께 절을 올리는 과정을 벽화로 그려놓았다.

동네 한 바퀴 돌고 버스시간 맞춰 정자로 돌아왔더니 마을 이장님이 직접 농사 지으셨다며 블루베리를 먹어보라고 내놓으신다.

귀한 블루베리를 먹으면서 마을 이야기를 듣다보니 출발 시간보다 10분 정도가 지나서(버스 안올까봐 몹시 불안했던 10분) 금세라도

차체 한 곳이 떨어져 나갈것처럼 낡은 버스 한 대가(많이 낡은 버스지만 너무도 반가웠던) 마을로 들어온다.

거북마을 어르신들의 따스한 정과 옛 정취가 남아있는 아늑한 마을을 뒤로 하고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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