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산에서 길을 잃고...

연이♥ 2012. 6. 5. 15:18

 

이달 중순에 포상휴가를 받는 우연군과 1박2일 덕유산 종주를 하기로 했다.

산장 예약도 했고 일찌감치 휴가도 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최근 나의 체력이다.

그.리.하.여 체력 검증도 하고 워밍업도 할겸 모악산에 갔는데 잔머리 굴리다 하마터면 불귀의 객이 될뻔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고,

산을 오르는 길은 거칠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완만하며,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한 눈맛을 안겨주는 모악산은

비록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혹은 느닷없이 산에 가고 싶을 때면 순위다툼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산이다.

 

대개의 산이 그렇듯이 모악산 또한 골짜기마다 등산코스가 있지만

내가 가장 선호하는 코스는 바로 금산사 방향으로 올라 구이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등산을 목적으로 모악산을 찾은 사람이라면 사찰관람료를 부담해야 하는 코스이기에 쉽게 선택하지 않는 코스이지만

모악의 부드럽고 너그러운 품속만큼이나 내마음을 편안하게 쓸어주는 곳이 바로 금산사이기에 나는 항상 금산사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본 뒤에 산행을 시작한다.

 

 

 

 

위풍당당 미륵전은 지금 측면 벽화를 보수하고 있는 중이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에 다시 한 번 와야겠다.

 

 

 

 

 

보제루 아래 있는 불교용품점에 들러 손수건 한 장과 남편 차에 붙여 주려고 관음보살상도 사고, 

나한전과 조사전의 예쁜 꽃문살 감상을 끝으로 금산사 경내를 빠져나오려는데 갑자기 기운이 빠진다.

금산사에서 등산로 초입까지는 꽤 한참을 가야하는데 반갑지 않게도 살짝 경사진 시멘트포장길이다.

등산로가 나오기까지의 그 지루한 시멘트길을 걸을 생각을하니 몸이 먼저 잔꾀를 부리고 뒤따라 잔머리를 굴려본다.

 

버스가 금산사 주차장에 도착했을때 버스에 탔던 다른 승객들이 모두 매표소로 가지 않고 주차장옆 산길로 접어드는걸 보았는데

분명 금산사에서도 주차장에서부터 이어지는 등산로로 합류할만한 길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것이다.

마.침 조사전 뒤쪽에 산으로 통하는 꽤 넓은 길이 보인다.

' 역시 머리는 쓰라고 있는거지~ '

 

 

 

이 길로 들어서자마자 초록뱀 한 마리를 보았기에 길을 걷는내내 '뱀 경계경보'를 발령해야 했다.

바로옆에는 계곡이 있었는데 가뭄이 심해 지금은 물이 말랐지만 바위가 넓고 일반인들의 출입이 드물어

한여름엔 수행중인 스님들이 더위를 피해 탁족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일 듯 싶다.

 

 

 

풀밭과도 같은 길을 한참을 걷다보니 산비탈에 녹차밭이 나오면서 길이 끊겨버렸다.

'그렇다면 이 길은 녹차밭 가는 길이었더란 말인가?'

되돌아가기엔 한참을 들어온터라 두리번 거리는데 녹차밭에서 산쪽으로 좁다란 길이 하나 나있다.

'그럼 그렇지~'

 

 

 

비록 좁은 길이긴 하지만 분명 산으로 오르는 길이었고 최근에도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보이는 길이었기에 뱀때문에 오그라 들었던 마음도 편히 내려놓고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10분쯤 걸었을 즈음에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은 주차장 방향이고 오른쪽은 정상 방향이나 누구라도 정상방향으로 길을 정할터이므로 나 역시 그리했다.

다만, 왼쪽길이 능선에서 내려오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찜찜한 마음을 애써 누르면서...

 

 

 

아마도 내 생각이 맞았던 모양이다.

정상 방향으로 접어든 길은 얼마 가지 않아 어두컴컴한 대숲에 이르렀고

그곳에서부터는 길 다운 길이 보이지 않고 멧돼지가 다녀간 듯 군데군데 움푹 패인 자국이 있고,

길 같은 길을 찾으려고 우왕좌왕 하는데 갑자기 공포가 엄습해온다.

 

'이런 대숲에서 멧돼지를 만난다면 타고 올라갈 나무도 없으니 사투를 벌이다가...'

'많이 아프겠지...?'

 

그렇게 미로같은 대숲에서 한참을 헤맨끝에 어찌어찌 탈출에 성공했다.

 

 

이렇게 멀쩡한 등산로가 나오고 산길에 접어든이래 처음으로 사람도 만나고...감격

지금껏 산에서 잔머리를 몇 번 굴려본 경험에 의하면,

세속에서는 잔머리가 통할지 몰라도 산속에서는 자연모독죄에 해당된다고 본다.

 

 

 

그제서야 꽃도 보이고...ㅎ

 

 

쉼터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고...

 

 

얼마 안가서 첫 이정표가 나왔는데 금산사에서 이미 3키로 이상 벗어나 있었다.

'도대체 숲속에서 얼마를 헤매고 다닌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길은 이렇게 좁으면서도 한쪽은 비탈진 길이다.

아, 좋다를 맘속으로 외치며 걷는데 앞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분이 계신다.

헐~ 모악산이 결코 작은 산이 아니거늘 자전거를 타고 산을 넘다니...어쨌거나 재밌겠다. ㅋ

 

 

시야가 트이면서 모악산 정상이 보이고...

 

 

유월의 신록도 오월의 그것 만큼이나 아름답다 생각하며 걷고 또 걷는다.

 

 

아찔한 쉼터? ㅎ

 

 

군부대초소와 방송국 송신탑이 있어 고압전류가 흐르는 모악산 정상은 그저 바라볼뿐...

아무런 감동이 없다.

 

  

그래도 정상에서 바라다보는 눈맛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오늘 내가 걸어온 모악능선이 구비구비 펼쳐져 있다.

 

 

정상에서 구이방면으로 하산하는 길 입구에는 냉막걸리를 파는 아저씨가 계신다.

산행후에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의 맛을 내 모르는바 아니지만 산정상에서 막걸리라니 그건 좀 아니지 싶다.

어디 그뿐인가? 정상 인근에서 점심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는 등산객들이 반주로 막걸리나 소주를 먹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고,

산행중에 스치는 등산객의 몸에서 풍기는 술냄새는 정말 싫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여, 부디 음주는 하산후에 즐기시기를!

 

 

 

 

산을 내려와 시내버스를 환승해 국립전주박물관에 갔다.

박물관 1층 고대관에 전시된 많은 유물가운데 익산에서 출토된 유물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왕궁리오층석탑 출토 사리장엄 일괄(국보제123호)

 

 

 

제석사지 출토 소조상

 

 

입점리고분 출토 금동신발과 금동관모

 

 

  

미륵산 사자암 출토 금동불상,부조신장상,보살상,약사불               익산원수리출토 금제불좌상           

 

   

 

미륵사지 출토 청동말                                                청동봉황장식

 

 

 

 

오랜만의 산행인데다 산속에서 헤매인터라 다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피곤했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전주박물관을 찾은 이유가 있다.

바로 호생관 최북 특별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돋이                                                                          표훈사

 

 

나무그늘 아래서의 여유                                                    북창에 서늘한 바람 불어올때

 

 

 

날이 저물어 소를타고 돌아오네                                            손끝으로 그린 게

 

 

 

메추라기                                                                        토끼

 

 

 

토끼 사냥하는 매                                                              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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