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연이♥ 2011. 7. 16. 17:03

 

 

 

 

 "이슬람교도는 지중해까지 세력을 확장해 너희 형제를 공격하고,죽이고,납치해 노예로 삼고,교회를 파괴하고,파괴하지 않은 곳은 모스크로 바꾸고 있다. 그들의 폭력을 더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그들에게 맞서 일어설 때다." 그리고 한층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이것은 내가 명하는 것이 아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가 명하는 것이다. 그 땅으로 가서 이교도와 싸워라. 설사 그곳에서 목숨을 잃는다해도 너희의 죄를 완전히 용서받게 될 것이다. 신께 부여받은 권한으로 나는 여기서 그것을 분명히 약속한다. 어제까지 도적이었던 자가 그리스도 전사가되고,형제나 친지와 다투던 자가 이교도와의 정당한 싸움터에서 그 분노와 원한을 풀 날이 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푼돈을 받고 하찮은 일을 하며세월을 보내던 자도,이제부터는 신이 바라시는 사업에 참가하여 영원한 보수를 받게 될 것이다. 출발을 미뤄서는 안 된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라.그리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곧장 주 예수 그리스도가 이끄는 대로 동방을 향한 진군을 시작한다. 신이 바라시는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연설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감동했다. 군중 사이에서 자연스레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하는 함성이 터져나왔고,그 커다란 함성 속에서 한 사람이 막 연설을 끝낸 교황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원정에 참가하겠다는 서약을 했다.맨 처음으로 성전에 지원한 그 사람은 르퓌의 주교 아데마르였는데, 교황이 사전에 이 공의회를 준비하면서 만난 이들 중 하나였다. 또한 이 클레르몽 공의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곧바로 성전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사람이 있었다. 바로 툴루즈 백작 레몽이다. 스페인에서 이슬람을 상대로 싸워온 베테랑이기도 한 이 남자 역시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공의회를 준비하는 중에 만난 사람이었다.

 

  이렇게 1095년 클레르몽에서 열린 공의회에서 오리엔트 원정이 정식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때 정해진 것은 다음 세 가지뿐이었다.- 그리스도교도들끼리는 곧바로 '신의 휴전'에 들어갈 것.- 성스러운 전쟁에 참가하는 이들은 모두 가슴이나 등에 붉은 천으로 만든 십자 표시를 붙일 것.- 동방으로 출발하는 날은 이듬해인 1096년 성모 마리아의 승천일(8월 15일)로 할 것.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옷 위에 붉은 십자 표시를 붙이도록 했는데, 십자는 십자가를 의미하므로 그리스도교도라는 것을 나타내고,붉은색은 그리스도를 위해 피를 흘릴 각오를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십자군'이라는 명칭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그전까지 성지순례자는 위쪽이 십자 모양인 지팡이를 가지고 다녔는데,이번에는 지팡이 대신 무기를 들고 순례를 떠나는 것이다. 일신교의 '순례'에는 속죄,즉 나날의 생활에서 범한 수많은 죄를 순례를 통해 한꺼번에 씻는다는, 쉽게 말하자면 '장부의 기록을 지운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신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임무인 셈이다. 그리스도교도는 이러한 마음으로 예루살렘으로 향하고, 이슬람교도는 메카를 향해 떠났다. 그러므로 중세의 그리스도교도에게는 십자군 원정도 순례행이었다. 다만 무력행사가 따르는 순례행이었다.

 

 

                                                         ...시오노 나나미 <십자군 이야기 1> 중에서...

 

 

 

소설같은 이야기 <십자군 이야기>...시오노 나나미의 비판을 넘어선 역사를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만들어낸 한 편의 장대한 드라마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2권이 언제쯤에나 나올지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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